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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파면 결정한 '중대한 법 위배' 사유 살펴보니…

입력 2017-03-10 19:42 수정 2017-03-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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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왜 파면했는가. 지금부터는 헌재 결정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석 달간 헌재를 취재해온 백종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백 기자, 오늘(10일) 결정문은 89쪽이나 됐죠. 큰 틀에서 보면 최순실 국정개입을 박 전 대통령이 허용해서 국민주권주의를 위배했다는 게 중요한 탄핵사유로 꼽혔죠?

[기자]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취임 뒤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정부 인사자료와 국무회의 자료, 해외순방 일정 등을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 씨에 건넨 점에 주목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국정개입을 적극 허용했다는 겁니다.

헌재는 이에 대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고, 공무원의 비밀유지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헌법재판소 결정문이 어렵기 때문에 하나하나 분석해보면요.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여러 가지 권한을 남용했다, 이런 부분도 해석할 수 있었죠?

[기자]

헌재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사실상 공동 운영하고 사익을 취했다는 의혹들을 모두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지시하고 대기업들로부터 774억 원을 출연받아 최 씨와 함께 운영했다고 판단한 건데요.

이런 재단 활동들이 결국 더블루K 등을 세운 최순실 씨의 사익을 위해 운영됐고, 롯데 등의 기업 재산권과 경영 자유를 침해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헌재 결정문 낭독을 보면 이정미 권한대행은 바로 이런 사실들이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해서 말했죠? 일반적으로 법 위반을 했다는 건 알 수 있는데 헌법 위반이라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했고, 이는 공익을 실현할 의무를 천명한 것이라고 이정미 권한대행은 강조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의무를 저버리고 최순실 씨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것은 중대한 잘못이고, 국민 신임을 배신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초반부터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결론을 알 수 없었지만, 이 대목에 반전이 있었는데요.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대통령 당선 뒤 재임기간 내내 이뤄졌고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부하고 숨기려 한 점도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대통령 재임 기간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알고도 숨겼다, 검찰 수사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중대한 탄핵 사유 중 하나다, 영향을 줬다고 본 건데, 또 하나 관심이 간 건 세월호 7시간 의혹입니다. 대응을 잘못했다는 건데, 이 부분은 일단 탄핵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헌법재판관 일부 의견으로는 이 부분도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죠?

[기자]

김이수 재판관과 이진성 재판관의 의견인데요. 원래 재판관 다수 의견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는지까지는 인정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 재판관과 이 재판관은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충의견을 냈습니다.

이들은 미래의 대통령이 국가위기 때 불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남지 않도록 성실직책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안창호 재판관도 보충의견을 냈는데 일부 세력에서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진보와 보수의 대결인 것처럼 몰고간 것을 지적했죠?

[기자]

안 재판관은 이번 탄핵심판 사건이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이념의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안 재판관은 정치적 폐습, 즉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 때문에 결국 이런 사태가 생겼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많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증인도 많았고, 변론 기간도 길었던 건데요. 인정이 안된 쟁점들도 있었는데 그건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주도해 1급 문체부 간부 6명의 사직서를 받아 3명이 면직된 사실 자체는 헌재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인사조치를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헌재는 또 언론 자유 침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정윤회 사건을 막기 위해 언론사 사장을 해임에 압력을 행사한 증거, 특정 지시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앵커]

이런 모든 것들이 인정 안 된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건 아니고 탄핵소추 사유로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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