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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탈북민 3만 코앞인데…냉대에 서러운 그들

입력 2016-11-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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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 탈북주민이 곧 3만 명을 넘어설 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탈북민 3만 명 시대'가 코앞이지만 선긋고 밀어내는 냉대가 여전합니다. 밀착카메라가 탈북민 밀집촌에 가봤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는 탈북민은 지난 달 말 기준 1849명. 전체 탈북자의 6.1%로 탈북민이 가장 많은 동네입니다.

북한 식당이 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이곳은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한 아파트 촌입니다. 탈북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탈북민 타운'으로 불리는 곳인데요.

뒤에 보이는 아파트가 임대아파트로 탈북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고, 근처에는 남동 공단도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탈북민들의 일상은 어떤지 좀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단지 내에선 '침 뱉기 금지' 등 기초 질서를 지키자는 현수막이 눈에 띕니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 (탈북민들이)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술 먹고 고함도 지르고 했었어요. 요즘은 그런 건 없어요.]

탈북민들은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사회 적응이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탈북 대학생/2014년 탈북 : 자기 공개(탈북자라는 걸 밝히면)가 이뤄지는 순간, 약간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생기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한 학기 동안은 거의 혼자서 학식(학생회관 식당)을 먹었어요.]

이렇게 주눅이 들다보니 탈북민들끼리도 마음을 쉽게 열지는 못합니다.

[탈북민/2012년 탈북 : 주변에 (있는 탈북민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요. 북한에서 알면 가족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게 항상 두려우니깐 집이 어디고 이런 말 안 해요.]

단지 내에서도 그나마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북한 음식점 정도입니다.

[북한식당 사장 : 인조고기밥, 두부밥. 일반 서민들이 먹는 길거리 음식인데 말이죠.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해서 찾아서 먹는 거예요.]

적응이 힘들기는 탈북 초등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탈북 학생 전담 인력/코디네이터 : 북한 말투 때문에 '애들이 나랑 안 놀아줘요' 이렇게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일 중요한 게 학력 부진이고요. 탈북 과정에서 긴 공백과 남북한 교육과정의 차이 때문에 (발생합니다).]

탈북 가족은 대부분 공장이나 식당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각종 차별을 견뎌야 합니다.

[탈북민/2011년 탈북 :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한 달 연거푸 시킵니다. 사람이 쓰러질 정도로 일 시킨단 말입니다. 한국 사람들 140만원 타면 우리는 100만원 정도 줘요.]

이런 환경 때문에 유혹에 빠지는 탈북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곳은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입니다. 특히 제가 나와 있는 이 거리에는 다방이 밀집해 있어 다방촌으로도 불리는 곳입니다. 제가 서 있는 이 곳, 양 옆에서도 다방이 보이는데요.

그런데 이곳에 있는 다방은 대부분 성매매도 함께하는 소위 '티켓 다방'으로 불리는 곳으로 그곳에서 탈북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거리에만 티켓다방이 약 30여개. 지하 다방으로 내려가 보니, 한 탈북 여성이 손님을 맞습니다.

[다방 종업원/2011년 탈북 :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해봤는데 돈이 적어서 잘 안 되더라고요. (다방에 온) 어떤 손님은 진상 부리잖아요. 그런 사람 진짜 싫어요.]

탈북민 관련 시설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는 2019년 국내 최초로 남북통합문화센터가 문을 열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주민/서울 마곡동 : 주민들은 안 들어왔으면 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가 여기 큰처에 있어서 시설물(남북통합문화센터) 들어오는 자체를 그렇게 반가워하지는 않아요.]

탈북민 3만명 시대가 코 앞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는 여전히 덜 된 겁니다.

이곳은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 남동구청에서 조성한 통일 동산입니다. 이 동산에 있는 나무들을 자세히 보시면 나무마다 탈북민의 이름과 북에 있는 가족, 그리고 고향이 적혀있습니다.

이 나무들처럼 탈북민이 우리사회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을 바라보는 차별 없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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