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너희 나라로 돌아가"…도 넘은 인종차별에도 처벌 못 해

입력 2018-08-20 10:0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다른 나라에서 인종차별 때문에 사고가 나고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당신에겐 물건을 팔지 않겠다" 이런 말을 넘어서 폭행까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실제로 겪은 일들이라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을 향한 혐오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2일 저녁 경기도 안성의 한 버스 정류장입니다.

택시를 기다리던 이집트인 모하메드 사브리 씨에게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와 소리를 지릅니다.

[(당신이 나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했어요.) 당신이 한국을 좋아하지 않으면 돌아가라고.]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며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해. 당신이 여기서 문제를 만들고 있어.]

이 남성은 주변에 있던 한국인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외국인한테 시비 걸어요.]

경찰에서는 사브리 씨가 자신을 쳐다봐서 그랬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남성을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한 경찰은 인종차별 행위는 별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모하메드 사브리/이집트인 : 저는 그가 제게 한 행동들을 녹화했고, 제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제가 그걸 한 이유는 경찰이 한국에서 인종차별은 범죄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왜죠?]

지난 12일 저녁 수원의 한 편의점입니다.

음료수를 사러 간 미얀마인 4명은 그냥 나가달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유가 뭐예요. 이유를 말해봐요.) 안 됩니다. (경찰서 진짜 신고합니다.) 네.]

편의점 옆 지구대를 찾아갔지만 경찰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며 이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온라인에서 외국인 혐오는 더 심각합니다.

지난 7월 한 한국인 남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입니다.

자신의 앞에서 춤추는 흑인 여성을 비하하며 얼굴까지 그대로 올렸습니다.

영상에 수백개의 댓글을 단 한국인들은 대부분 혐오스러운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뒤늦게 외국인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신고하며,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입니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수 년 전부터 차별적인 표현과 행동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의 차별 문제는 심각하지 않고, 현행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모하메드 사브리/이집트인 : 다른 사람들도 한국인처럼 인간이에요. 우리는 동물이 아니에요. 우리는 인종차별이 한국에 퍼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왜 인종차별 법은 한국에 없죠?]

관련기사

성추행·상습 폭언과 폭행·무보수…설 곳 없는 외국인 노동자 곰팡이·찜통 더위…외국인 노동자 '고통의 기숙사 하우스' '이란 친구' 지키기 위해…"난민 인정" 촉구 나선 학생들 외교부 "예멘난민 조치, 국내법과 국제인권법에 부합해야" 쏟아지는 난민 신청…'난민 인정·인도적 체류' 6% 그쳐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