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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극한 치닫는 밀양 송전탑,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3-10-05 21:52 수정 2013-11-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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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오늘(5일)로 나흘째입니다. 공사 현장 곳곳에서는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고석승 기자, 그 곳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저는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 현장사무소 앞에 나와 있습니다.

당초 오늘 오전 10시쯤 이곳 현장 사무소 앞의 움막 철거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었는데요.

경찰과 밀양시는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일정을 일단 취소했습니다.

큰 몸싸움은 없었지만 공사 현장에선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오늘 아침 송전탑 반대 시민들이 탄 버스가 도착하면서 오후 4시쯤 시위대는 200여 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마을주민과 일부만 남아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한때 27개 중대 2000여 명을 투입했던 경찰도 최소한의 인력만 남긴 채 철수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강경한 입장입니다.

공사장에 진입한 시민단체 회원 등 현재까지 모두 16명을 연행했고, 39살 이 모 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송전탑 반대 대책위의 긴급 구제신청에 따라 내일까지 현장조사를 하고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판단할 계획입니다.

단장면과 상동면, 부북면 공사 현장 5곳에서 기초 공사를 하고 있는 한전은 오늘도 밤샘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앵커]

이렇게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송전탑 대치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까요. 양쪽의 상반된 주장은 이 대치 만큼이나 간극을 좁히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송전탑은 정말로 문제가 많은 것일까요?

송전선로를 둘러싼 논란을 임진택, 박상욱, 김선미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남 밀양시는 지금 갈등의 용광로입니다.

[우리는 내 재산을 찾기 위해서 오늘 죽을 각오를 하고 갑니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행정대집행을 방해하면 범법 행위임을 알려 드립니다.]

주민들 반발은 거세집니다.

[여러분 말 안 들어준 사람 있나요? (있지. 뭐 들어줬는데) 부끄러운 줄 아세요.]

길거리에 주저앉거나 쓰러지고 부상자도 속출합니다.

[허리 어떻게 아프세요?]

주민들 간 갈등의 골도 더 깊어졌습니다.

[왜. 왜. 어디서 말을 탁 놓나. 이 XX야.]

주민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것일까.

충남 청양 청수리. 90년대 중반 마을을 관통하는 송전선로가 놓인 곳입니다.

빼곡하게 들어선 송전탑은 보기에도 위태롭습니다.

비가 올 때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도 계속됐습니다.

[스트레스 굉장히 받고 아이들도 혹시나 병 안 걸릴까 걱정되고 하여튼 걱정이 많죠.]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된다고 말합니다.

[곽배현/충남 청양군 청수1리 : 전파가 안 좋은 것 같아요. 소리가 많이 나더라고요. 안개 끼고 하면 무서워서 논에 못 간 적도 있어요.]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바로 앞에 대형 변전소가 있고 주택가를 송전선이 가로지릅니다.

[비 오는 날은 소리가 크고 윙윙하고 나요. 윙 그런 거 있죠. 윙 하는 소리가 거실에 앉아 있으면 다 들려요. 되게 심해요.]

송전선로 인근 지역 주민들 건강에는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마침 정부는 5년 동안 진행해 온 관련 연구를 올해 초 마쳤습니다.

송전선의 자기장과 암 발생과의 관계를 실태 조사한 겁니다.

연구에서는 일단 송전선로의 자기장을 발암물질로 볼 순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나이에 따라 특정 종류의 암이 눈에 띄게 많이 발병한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드러난 겁니다.

+++

[앵커]

취재기자와 이 문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임진택 기자,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3, 4호기에서 만든 전기를 옮기는 건데요. 다른 지역은 이미 건설을 마쳤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울주군의 발전기에서 나오는 전력이 기장, 양주, 밀양, 창녕을 거쳐 변전소로 옮겨지는데요.

실선으로 보시는 부분이 이미 송전탑, 송전선로가 완료된 곳이고, 밀양시 같은 경우는 아직 점선으로 공사가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앵커]

유독 밀양 주민만 반대하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앞서 그래프에서 보신 것처럼 밀양시 같은 경우에 송전탑이 69기입니다. 전체 선로 161개중에 약 43%정도 되는 거니까 굉장히 숫자가 많은 것이죠. 또 지역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다른 양산이나 기장 같은 경우에는 송전탑이 대부분 야산 쪽으로 지나간답니다. 그런데 밀양은 저희가 취재한 결과, 실제로 마을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네. 그리고 정부의 암 실태 보고서, 어떤 겁니까?

[기자]

이 보고서는 정부가 5년전에 서울대에 의뢰해서 시작된겁니다.

연구진을 만나서 취재해본 결과, 연구에 참여된 인원이나 비용같은 면에서 볼 때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의미있는 보고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보시죠.

+++

보고서에서는 일부 암에서 송전선의 자기장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됐습니다.

[안윤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 50세 이상의 위암과 60세 이상의 간암 발생이 통계적 관련성이 있다고 나왔다 이거야….]

송전선로 주변 지역의 50세 이상 위암과 60세 이상 간암은 일반 지역보다 각각 30%가량 발병률이 높았다는 겁니다.

특히 자기장이 셀수록 발병률이 두 배 가까이로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조사 대상이었던 송전선로 인근 지역 주민들도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이병식/충남 청양군 청수1리 이장 : 암, 암으로 죽은 사람 많아요. 전에는 암으로는 안 죽었지. 철탑 생긴 뒤로 다 그래요.]

30년 전 송전탑이 들어선 뒤 10년이 지나자 암 환자가 속출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병식/충남 청양군 청수1리 이장 : 20년 동안 그렇게 많이 돌아가셨어. (몇 분이?) 열일곱 열여덟… 그때 도지사까지 와서 얘기해도 안 되더라.]

심한 폐렴을 앓고 있는 지역 주민을 만났습니다.

[명원식/충남 청양군 청수1리 : 이유 없이 한전(송전선로) 때문인 것 같아요. 송전선로 밑에서 내가 일을 많이 했거든.]

그러나 전력 당국은 이런 주장을 일축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 통계적 상관성과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돼야 하는데 본 연구는 통계적 상관성만 확인한 것일 뿐….]

연구진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안윤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데 문제점이 있어요. 제한점이 있어요.]

송전선로와 거주지 사이의 적정 거리만 확보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문창배/한국전력공사 송전사업팀장 : 100미터 이내는 TV 보는 수준의 전자계 노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유해성에 대해서 밝혀진 바가 없다… .]

[백수현/동국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 일정한 이격 거리를 띄어 놓으면 전자파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 하니까 주민에게 피해가 없어요.]

갈등의 골을 메우려면 더 면밀한 2차 역학 조사가 시급합니다.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암 증가율이) 30% 넘는다면 유의미하죠… 뭔가 있는 거예요. 과연 이게 송전탑 때문이냐? 이건 다음 단계의 문제죠.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앵커]

화면들을 보니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은데….그렇다면 송전선로를 밑으로 지나가게 한다거나 마을을 많이 비켜가게 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왜 그렇게는 추진이 안 되는거죠?

[기자]

주민들이 일단 송전선로 건설을 완전히 철회하던지, 땅 밑으로 묻는 지중화라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한전에서도 이미 몇개월 전에 협의체를 구성에서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경험이 있는데요.

그 결과 현실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 이런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앵커]

전자파와 자기장 말고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소음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취재한 현장에서 비가 왔었는데 심한 소음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소음이 주민들에게 일으키는 스트레스, 이 스트레스가 주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지금의 큰 대치상황, 이런 상황에서는 주민 동의가 중요한 부분일텐데 이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들어났다고요?

[기자]

네. 양측이 굉장히 팽팽히 맞서고있는데요.

주민 동의 부분에서 논란이 좀 있어 보입니다.

그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좀 더 보시죠.

+++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한전 측이 맞서는 지점은 전자파 피해 뿐만이 아닙니다.

먼저 주민 동의 여부.

한전은 공사 재개를 위해 밀양 주민 과반의 동의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30개 마을 중 8개는 주민들이 직접 서명을 했고, 10개는 이장이 주민 의사를 대표해 서명을 했다는 겁니다.

[조환익/한국전력공사 사장 : 18개 마을 중에 8개 마을은 연명부가 있는 합의 문서고요. 나머지 10개 마을은 MOU 또는 협약서 형태인데….]

하지만 이장에게 동의했다는 주민들은 정작 내용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민 : 난 몰라요. 송전로 지난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협의한다는 것은 못들어 봤어요.]

주민 의사를 묻는 과정 없이 이장이 임의대로 서명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주민의 70%가 직접 반대 서명한 자료를 JTBC에 제공했습니다.

[이계삼/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 : 실제 거주하는 주민, 경과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 2207명이 (반대) 서명에 참여를 했고요.]

주민과 한전이 각을 세우는 또 다른 쟁점은 '전력 대란설'입니다.

한전은 전력 부족 때문에 신고리 3, 4호기가 완공되기 전에 송전선을 건설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조환익/한국전력공사 사장 : 내년 여름에는 우리 전력난 해소에 꼭 기여를 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더 늦출 수는 없다.]

하지만 주민 측은 전력 위기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 돌린다고 반발합니다.

[이헌석/정의에너지행동 대표 : 연말에 원래 완공된다고 했다가 내년 3월, 8월까지 늦춰져 있는 상태… 과연 시급하게 분초를 다툴 만큼 이런 문제인가.]

환경 단체들은 정부가 전력 수요를 부풀려 놓은 뒤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을 강행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이원영/환경운동연합 처장 : 에너지 수요가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것인데 더 높이 올라가는 것으로 돼 있고….]

풀리지 않는 갈등의 악순환. 이제라도 양측이 다시 마주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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