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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쏘는 정치] '영화같은 인생' 배우 최은희, 별이 되다

입력 2018-04-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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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아나운서]

독재자에 의해 북한으로 납치된 여배우, 그녀를 되찾으려던 남편마저 납치, 그리고 8년 만의 기적같은 탈출. 너무나 영화같은 이야기. 그러나 이것은 배우 최은희의 실제 이야기다.

196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끌었던 최은희는 김지미, 엄앵란과 트로이카로 불렸다. 그 누구보다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강조했던 최은희. 향년 92세를 끝으로 어제(16일) 생을 마감했다. 남편이었던 신상옥 감독이 지난 2006년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세기의 커플로 불렸던 신상옥 최은희 부부, 이들의 만남은 한국영화계를 뒤바꿨다.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빨간 마후라' 등 한국 영화계의 대표작들이 이들을 통해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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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이제 영화를 하자고
평생 영화를 하자고
행복한 시기였어요
- 영화 '연인과 독재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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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은희는 70년대까지 130여 편의 영화를 찍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최은희의 성춘향과 라이벌이었던 김지미의 춘향전의 그 대결은 당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1978년의 어느날, 배우 최은희가 홍콩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같은 해 신상옥 감독도 사라졌다. 이들이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됐다는 것은 84년이 돼서야 확인됐다. 납치를 지시한 것은 영화광이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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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과정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두 분을 내가 영화하는 대상으로 내가 집었단 말입니다
어떻게 저와 협력하려는 지를 말입니다
두 분이 꼭 필요하니까 데려와라
- 영화 '연인과 독재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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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두 사람은 북한에서 '돌아오지 않는 밀사', '탈출기', '불가사리'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최은희는 영화 '소금'을 통해 85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를 꿈꾸던 이들은 결국 탈출을 감행했다. 1986년 영화제 참석을 이유로 유럽으로 가는 길에 오스트리 빈의 미국 대사관을 통해 탈북에 성공했다. 2011년 김정일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그녀는 분노속에서도 애도를 표했다.

[최은희/배우 (2011년 12월 19일) : 어쨌든 제가 겪은 일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그런 사이지만 사람이 일단 세상을 떠났으니까. 참, 안됐다고 생각을 해요.]

이제 고인이 된 배우 최은희, 그녀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은희/배우 (2012년 12월 10일) : 저 역시 여배우로서 한평생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저에게는 아무것도 남은 것도 없고 해놓은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저는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지금 저는 현업에서도 물러나 아무 후회 없지만 여배우로서 체통과 품위를 지켜나가고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서 기억되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이제는 별이 된 그녀가, 그곳에서 평화를 찾기를. 그리고 이 땅에도 영원한 평화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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