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색이 변한 링거 수액은 새 것으로 바꿔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이렇게 변색된 수액팩에 새 라벨을 붙여 몰래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라벨을 떼어보니 밑에는 보름 전 숨진 환자의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구석찬 기자입니다.
[기자]
폐암 말기 환자 70살 박 모 씨는 한달 전부터 무색투명한 영양제를 맞아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4일) 아침에는 평소와는 다른 누런 빛깔의 수액이 병실로 들어왔습니다.
보호자가 미심쩍어 병원 측에 확인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환자 가족 : 항생제 색깔하고 똑같았어요. 다시 들고 나가더니 가져오라니까 폐기했대요.]
더 황당한 건 그 수액에 붙은 라벨이었습니다.
라벨 밑에 또 다른 라벨들이 붙어있었는데 보름 전에 숨진 다른 환자의 이름이 써 있었습니다.
[환자 가족 :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죠.]
현재로서는 변질 여부도 가려낼 수 없는 상황이라 병원 내부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의료진 : 오염이 돼서 미생물이 섞였다고 하면 패혈증 등이 진행될 수도 있지요.]
라벨갈이가 흔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의료진 : 완제품인데 버릴 수는 없잖아. 그러면 라벨을 또 붙이는 거죠.]
병원 측은 일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유통기한 2년을 넘기지 않았다며 변질은 안됐다는 입장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병원 측은 보호자에게 사과하고 수액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비상회의를 소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