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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실향민 모인 아바이마을 "상봉, 꿈에나 그릴까…"

입력 2018-08-2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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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는 강원도 속초에는 실향민 마을인, '아바이 마을'이 있습니다. 전쟁을 피해서 잠시 내려왔다가 70년 가까이 정착한 주민들이 대부분입니다. 2년 10개월 만에 다시 열린 상봉을 바라보는 그 심정이 어떨까요.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관광객들이 단돈 500원을 내고 배에 올라탑니다.

정원이 차면 두 남성이 밧줄을 잡고 한쪽으로 당기기 시작합니다.

섬과 육지 사이의 수십 m를 줄로 연결해 사람을 실어 나르는 이른바 '갯배'입니다.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실향민 정착촌인 '아바이 마을'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지금은 관광 명소가 됐지만,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곳도 있습니다.

전쟁 직후의 아바이 마을 같은 피난민 동네를 그대로 재현한 곳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런 교실인데요.

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배움을 통해서 가난을 극복하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이런 집들을 보면 겉에는 판자와 나무를 덧대서 만들 정도로 열악했는데요.

내부는 더 좋지 않았습니다.

온 가족들이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또 함께 생활해야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부엌에도 최소한의 식기만 두고 생활했습니다. 

6·25 전쟁, 그중에서도 1·4 후퇴 당시 함경도와 인근에 살던 주민들이 속초로 내려온 것이 아바이 마을의 시작이었습니다.

실향민 박영도 씨는 3일만 머물다 고향으로 가려던 계획이 68년째 미뤄졌습니다.

[박영도 (피란 당시 11살) : 3일만 좀 빠졌다가 돌아온다, 이렇게 됐었어요. 부모님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온 거예요. 아무것도 안 가지고 홀몸으로 그냥.]

외갓집에 두고 온 8살 여동생 영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면 올해 일흔 여섯의 할머니입니다.

[박영도 (피란 당시 11살) : 너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면서 '고거 예쁘다' 하다 불똥이 떨어지면서 데여서 (여동생 얼굴에) 점이 있다고 얘기해줬는데. 이제 만나기 어려울 거 같아요.]

여동생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상봉 가족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박영도 (피란 당시 11살) : ('나도 저기에서 동생 만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드세요?) 허허. 꿈에나, 꿈에나 그릴까…]

이산가족 상봉은 20번 넘게 이루어졌지만, 한 번에 만나는 사람들은 100명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오랜 시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들은 아예 마음을 접기도 합니다.

[박규순 (피란 당시 20살) : 지금은 갈 생각이 없어요. 왜냐? 부모님, 형님 (나이가) 한 120~130살, 그렇게 됐기 때문에 가봐야 만날 사람이 없어요.]

아바이마을 실향민은 100여 명.

대부분 80살이 넘은 고령으로, 거동이 가능한 사람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번 상봉을 포함해 21번 동안 선정된 사람은 단 1명 뿐입니다.

[김순필 (피란 당시 19살) : 서로 생사를 모릅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죠. 거기 어머니도 계시고 조카들도 있고. 형도 누나도 다 있었죠.]

현재 이산가족 5만 6000여 명 중 80세 이상은 60%가 넘습니다.

90세 이상도 5명 중 1명꼴입니다.

죽기 전에는 만나고 싶다는 이들의 절실함을 노린 사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말고 중국을 통해서 만나는 그 뭐 있잖아요. 거기 돈 줘서. 그래서 돈 잃어버렸어. 만나보지도 못하고.]

이곳 실향민 한 분도 북측 친지들과 만날 날만 기다리다 최근 입원했는데요.

이산가족들은 이번에 나온 상봉 확대 방안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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