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씨네한수] 500만 '럭키' 대이변, 이건 다 유해진 때문이다

입력 2016-10-25 08:59 수정 2016-10-25 14:2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기사 이미지

긴가민가했던 흥행이다. 잘 되도 마지노선 2~300만 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 예측됐다. 하지만 '럭키'(이계벽 감독)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부수고 10월 스크린을 '럭키 천하'로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유해진이 있다.

유해진에, 유해진에 의한, 유해진을 위한 '럭키'다. 역대 코미디 영화 사상 최단 기간 400만 돌파를 이룩해 낸 '럭키'는 곧 500만 고지를 넘는다. 이 모든 것은 다 유해진 때문이다. '유해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흥행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한 편의 영화가 흥행하는데는 여러 이유들이 존재하고 까다로운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럭키'는 완벽한 '캐스팅'이 불러 온 성공이다.

적수없는 스크린에서 경쟁작 하나 없이 빈집털이로 완성한 흥행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 역시 '럭키'의 럭키한 운빨이다. 무엇보다 작품이 '전혀 아니올시다'라면 관객들은 등을 돌린 채 아예 발걸음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럭키' 개봉 후 쏟아진 후기와 리뷰는 90% 이상 호평이다. 물론 이 역시 유해진 때문이다. 애초 호감도 높은 유해진이 원맨쇼 연기력까지 펼쳤으니 덮어두고 찬양해도 모자람이 없다.

영화 속 형욱과 꼭 닮아있다. 뭘 해도 잘 해냈을, 예능에 본업까지 못하는 것 없이 다 잘하는 유해진이다.

출연: 유해진·이준·조윤희·임지연
감독: 이계벽
등급·러닝타임: 15세관람가·112분
줄거리: 성공률 100%, 완벽한 카리스마의 킬러가 목욕탕 키(Key) 때문에 무명배우로 운명이 바뀌면서 펼쳐지는 반전 코미디


기사 이미지

신의 한수: 유해진. 이름 석자에 모든 설명이 담겨있다. '럭키'는 유해진의 코믹 연기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고, '럭키'의 흥행은 유해진이 신나게 놀았을 때 관객들이 얼마만큼 반응하는지 확인케 했다. 그 결과 '유해진의 가치'는 예상을 뛰어 넘었고 유해진은 원톱 주연 배우로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독보적인 '흥행보증수표'로 존재감을 자랑하게 됐다. 유해진이 곧 장르가 될 수 있음을 입증시킨 작품이다.

기억상실이라는 흔하디 흔한 키워드를 진부하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한국 사정에 맞췄고 바꿨고 뜯어 고쳤다. 코미디 영화의 첫 번째 목표는 단연 관객들의 웃음. 남을 웃기는 것 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상황에서 유해진에 의해 재탄생한 '럭키'는 억지 웃음코드 없이 상황이 주는 유머러스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유행하는 아재개그도 일부러 탈피했으니 '재미'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성적이 보여준다.

웃기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유해진은 킬러와 무명배우라는 극과 극 캐릭터 설정을 오가며 1인 2역에 가까운 열연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액션에 멜로까지 소화하며 뭐 하나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다. 유해진이 나오는 장면은 모두 명장면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칼 맛을 뽐내는 김밥집 에피소드도, 유해진의 실제 과거를 궁금하게 만드는 무명배우 에피소드도, 또 멋짐을 뽐내는 킬러 에피소드까지 웃겨도 허술해도 매력적이다. 발연기를 연기하는 연기파 배우의 노력도 놓치면 아깝다. '유해진' 하면 딱 떠오를 유해진 만의 대표작이다.

기사 이미지

신의 악수: 유해진을 제외한 모든 것이 허술하고 어색하고 유치하다. '럭키' 관람평 지분률 99%가 유해진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준·조윤희·임지연 등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캐리터 설정 자체가 고구마 답답이에 민폐 천지다. 그래서 가뜩이나 돋보이는 '사이다' 유해진이 더욱 빛을 발했다. 오히려 특별출연에 가까운 이동휘와 전혜빈이 '럭키'에 더 잘 녹아들었다는 반응이니 '럭키'라는 작품 자체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지루함도 갖췄다. 유해진이 등장하지 않을 땐 어김없이 지루함이 찾아온다. 필요하지 않은 장면,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는 없지만 활용도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유해진·이준·임지연이 손 잡고 악당들과 대치하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긴장감을 높여야 마땅하지만 일부러인지 아닌지 모를 2% 부족함으로 진부함을 이끌어냈다.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결국 눈치없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한 조윤희는 관객들을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든다.

스스로 연기를 시작한지는 10년이 됐다고 말하는 이준은 아직은 부족한 내공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진지함으로 신선하고 색다른 웃음을 전달하려 한 듯 보이는 임지연의 캐릭터 역시 그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