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문학을 쉼없이 들여다보면서 비평을 통해 우리 시대를 되돌아봤던 김윤식 문학평론가가 어제(25일) 8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빈소에는 추모객이 줄을 이었습니다.
권근영 기자입니다.
[기자]
돋보기와 가위를 올려놓은 책상 너머에는 메모지가 빼곡합니다.
책으로 가득한 서재,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여기서 한평생 읽고 썼습니다.
[김윤식/문학평론가 (2012년 1월) : 저 사람은 평생 글만 쓰다가 죽었더만]
일본의 한 평론가를 향해 던졌던 말은 어찌보면 비평가로서 한 길을 갔던 고인에게 가장 들어맞는 말이었습니다.
발바닥으로 글쓰는 사람"을 자처하며 무명 신인의 것이라도 새로운 소설은 빼놓지 않고 읽었습니다.
200자 원고지로 매일 20장씩 썼습니다.
평생을 문학에 바친 걸 후회하느냐고 묻자, 답은 간단했습니다.
[김윤식/문학평론가 (2012년 1월) : 아니 뭐, 후회도 그런 것도 없고, 그냥 그렇게 되고 말았어요.]
17년 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서 강단을 떠나며 한 말도 "인간으로 태어나 다행이었고, 문학을 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였습니다.
곡절많은 우리 근대사를 훑고 간 숱한 소설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담긴 우리 시대를 조명했습니다.
[성석제/소설가 : 농부가 근면하게 자연의 순환에 따라서 자기 일을 하는 것처럼, 수많은 저서를 통해서 (근면을 증명했습니다)]
제자와 문인들은 "선생님과 그의 시대를 듣고 배우는 것으로 가슴이 벅찼다"며 스승의 삶을 기억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