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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기저질환 악화? 전문가들 "접종 더 필요한 사람들"

입력 2021-03-05 13:40 수정 2021-03-05 14:01

접종 뒤 사망에 '백신이 기저질환 악화' 주장
전문가들, "기저질환자 접종 안전성 이미 검증"
"접종 뒤 증상까지 시간 길면 인과성 떨어져"
"고위험군일수록 접종 이득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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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뒤 사망에 '백신이 기저질환 악화' 주장
전문가들, "기저질환자 접종 안전성 이미 검증"
"접종 뒤 증상까지 시간 길면 인과성 떨어져"
"고위험군일수록 접종 이득 더 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는 소식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신고된 접종 후 사망 사례는 6명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5명의 연령대는 20대가 1명, 50대가 3명, 60대가 1명이었습니다. 오늘 나온 여섯 번째 사망자에 대해선 기초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앞서 나온 사망자 5명의 공통점은 모두 기저질환을 앓던 환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4명은 요양병원 환자로, 뇌졸중, 치매, 심근경색, 당뇨 등 다양한 병을 앓았습니다. 20대 사망자는 간질을 앓았고 중증장애시설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방역당국은 사망 원인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인과성을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이 퍼지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어제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전 세계 각국에서 기저질환자는 우선순위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기저질환자가 코로나 고위험군인 만큼 백신을 먼저 맞아야 하는 대상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죠.

방역당국의 경계에도 일부에서는 '백신 접종이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백신에 의한 사망을 기저질환 탓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불거져 나왔습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먼저 기저질환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일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된 약물이라는 겁니다.

임상시험에서도 기저질환자와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 중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비율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는 기저질환자에게 백신 접종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빨리 접종을 시작한 다른 나라의 접종 결과를 봐도 그렇습니다. 최원석 교수는 "코로나 백신이 위험하다면 먼저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에서 통계적으로 사망자가 증가했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라고 했습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는 최근 백신 접종 뒤 고위험군이자 기저질환이 많은 고령층의 입원 비율이 80~90%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저질환자에게 백신을 접종한 덕분에 코로나로 사망한 기저질환 환자가 크게 줄었다는 뜻이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백신접종 후 사망이라는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봐선 안 된다는 겁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 뒤 시간이 흐르면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 모든 요인을 무시하고 백신이 원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인과성이 확인되는 경우는 접종 뒤 이른 시일 안에 백신 물질로 인한 염증 반응 등이 지속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 등이 해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역학조사에서는 사망자의 기저질환 정도와 치료 경과를 모두 검토한다. 접종한 뒤 증상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길거나, 증상이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경우 백신에 의한 사망가능성은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역학조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최원석 교수는 "인과성을 판단하는 건 '100% 이것 때문이다, 아니다'를 결론짓는 게 아니라,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백신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조사한다"고 했습니다. 명백한 백신 부작용이 있고, 그것이 다른 요인만큼이나 사망에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면 '인과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다른 요인으로 인한 가능성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가령 만성 폐질환이 있고 여러 차례 호흡곤란을 경험해 온 환자라면, 백신을 맞은 뒤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더라도 백신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은 작아집니다. 이런 경우 백신과의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재훈 교수도 조사 결과를 신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없음을 완전히 증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느 지점에서는 '이 정도 과학적인 증거면 인과성이 없다고 봐도 좋다'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인 논란과 비용이 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접종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고, 이는 명백히 과학적·역사적으로 입증됐다는 점입니다. 기모란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는 세지만, 코로나 감염을 예방해 사망한 건수는 세지 않는다. 백신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원석 교수도 "고위험군일수록 코로나 감염을 막아주는 백신 접종의 이득이 더 크다. 인과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나온 객관적인 자료들을 믿고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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