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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입력 2020-09-07 09:1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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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2)

오늘(7일)은 우리나라가 제안해 유엔이 지정한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 첫 번째 기념일입니다. 국내에선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이라고도 부르죠.

유엔의 공식 기념일 가운데 우리나라가 제안한 기념일은 처음입니다. 뜻 깊은, 역사적인 첫 기념일에 공교롭게도 한반도는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8호 '바비', 9호 '마이삭', 10호 '하이선'까지…2주 사이 우리나라를 찾아온 세 번째 태풍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역대 가장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던 지난해, 태평양이 가장 자주 태풍을 만들어냈던 것은 9월이었습니다. 한 달 새 6개의 태풍이 만들어졌죠. 그 중 절반이 한반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2019년 9월, 한반도를 찾아왔던 태풍은 링링과 타파, 그리고 미탁입니다. 링링은 지난해 9월 2일, 타파는 19일, 미탁은 28일 발생했습니다. 올해 잇따라 만들어진 태풍들은 그 간격이 훨씬 더 짧습니다. 바비는 8월 22일, 마이삭은 28일, 하이선은 9월 1일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빠른 시일에 여러 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그것도 모두 강력한 위력으로 발달할 수 있는 배경으론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를 꼽습니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JTBC 뉴스특보에서 "현재 해수온이 평년보다 높아 10호뿐 아니라 이후 11호, 12호 이어서 발생하기 쉬운 상태"라며 여기에 바다가 품은 에너지인 '해양열용량' 역시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지금 태풍이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의 2~3배 높은 상태"라며 "바다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현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자료: 기상청)

기상청은 "최근 10년간 한반도 영향 태풍의 강도를 분석한 결과, 강도 '매우 강'인 태풍의 발생 빈도가 절반을 차지했다"며 "최근들어 강한 태풍의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기후변화는, 그로 인한 기온의 상승은 태풍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칩니다. 기온의 상승은 대기 상층이 따뜻해지게 만듭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차가워지고, 그로인해 위-아래 공기의 대류가 적어집니다. 이는 곧, 태풍이 더 적게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자료: 기상청)

그런데, 문제는 한 번 발생하면 전에 없던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기온의 상승은 해수온의 상승, 수증기의 증가를 부릅니다. 그렇다보니 태풍이 힘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당장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북서태평양의 경우,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뿜어낸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이미 우리가 지구를 달궈놓은 상태다보니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행되는 경우(RCP 4.5)'의 시나리오에선 태풍 발생이 29.2% 늘고, 태풍의 잠재 강도는 27.9% 늘어날 전망입니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RCP 8.5)'엔 발생은 57.5% 늘고, 강도는 42.1% 증가합니다.

"아니, 발생 횟수는 줄어든다면서?"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태풍의 '본 고장'에서의 발생은 줄어듭니다. 그런데 지구 전반의 기온이 오르면서 태풍의 발생 위치가 이전보다 올라가게 됩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횟수도 늘뿐더러 강도도 강해지는 거죠.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올 여름 이후 잇따르면서 우리 모두의 '행동'이 절실해지고 있는데요, 최근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행동'을 부를 '의식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기후변화와 석탄발전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97.7%에 달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자료: 녹색연합)

올 들어 잇따라 발생한 각종 재난 상황은 시민들로 하여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년전, '역대급 폭염'보다도 당장 올해의 '역대급 장마'에서 비롯된 폭우, 그리고 지금까지 2020년 내내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했다는 겁니다.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매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61.4%에 달했습니다. "약간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 36%까지 포함하면, 전체 97.4%의 응답자가 기후위기로 삶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셈입니다.

오늘까지 42주째,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글을 통해서 기후위기는 단순히 북극곰의 살 곳이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위기, 안보위기, 식량위기, 보건위기라고 설명 드렸었는데요, 시민들은 그렇다면, 기후위기로 우리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자료: 녹색연합)

단순히 환경, 생태계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재난, 보건, 인권, 불평등, 식량안보 등 우리 삶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걸음인 온실가스 감축과 탈석탄에 대해선 우리 시민사회가 어떤 인식과 의견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대폭 강화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4.6%는 "매우 동의한다"고, 56.2%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90% 넘는 응답자가 감축 강화에 공감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2050년까지 '넷 제로',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목표를 수립하는 것에 대해서도 90.6%가 동의했습니다. (매우 동의 33.5%, 대체로 동의 57.1%)

이런 가운데, 당장 다수의 시민들은 우리나라가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고있는 중인줄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 59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중이고, 7기가 추가로 건설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8.2%는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현재 진행중인 석탄발전소 건설이 중단되어야 하는 데에 동의하는지 묻는 질문엔 81.6%의 응답자가 매우(26.2%) 또는 대체로(55.4%)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정부의 이 같은 '친석탄' 움직임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외에도 또 있죠. 바로, 석탄 투자입니다. 응답자 15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8%는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발전 투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 참고 >
"기후변화가 키운 산불"…세계 최대 '호주산 석탄' 뒤엔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30802


[박상욱의 기후 1.5] "적자 본다"는 데도 손 못 떼는 석탄, 왜?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8184


그렇다면, 석탄 투자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자료: 녹색연합)

시민들은 석탄 투자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게다가 절반인 50.1%는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투자 중단 외에도 정부의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의 발전(發電) 트렌드와 달리 국내에선 여전히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고 있는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에 대해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요. 다수는 그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첫 '푸른 하늘의 날'…기후위기 경고한 하늘 (자료: 녹색연합)

전체 응답자의 41.5%가 "매우 동의한다"고, 49.2%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설문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시민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선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행동들, 기후위기가 야기하는 결과들에 대해서도 시민사회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가치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10년 내 석탄발전을 완전히 졸업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내용은 그동안 '급진적인 주장'으로 비춰지곤 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의 탄소 저감, 에너지 전환 계획 등에 대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할 때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들은 "시민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더 강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답해왔습니다.

시민들은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이제 정부가 여기에 발맞춰 행동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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