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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 손에 쥐고 보육원서 사회로…'버거운 홀로서기'

입력 2022-04-20 21:00 수정 2022-04-2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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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마다 2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보육원과 같은 복지시설에서 나와 사회의 출발선에 섭니다. 하지만, 정착 지원금이 적고 적응을 도와줄 사람 역시 턱없이 부족합니다.

홍지용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25살 안지안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보육원을 나왔습니다.

손에 쥔 건 정착 지원금 500만 원, 무용수가 꿈이었지만 당장 생계가 걱정이었습니다.

[안지안/2016년 보호 종료 : 지금도 아마 무용은 (학비 지원이) 안 되지 않을까. 가장 어쨌든 취업이 쉬운 곳은 공장이거든요.]

꿈과는 거리가 먼 도금공장에서 일하기도 했고 세면대도 없는 단칸방에 살기도 했습니다.

23살 박지애 씨는 뇌전증 진단을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설에서 중도 퇴소했습니다.

[박지애/2017년 보호 종료 : 나라에서 입원을 시켜요. 행정입원이라고. '(보육) 시설에서는 이게 최대한 도우는 것 같아'라면서 조기 퇴소를 시키신 거죠.]

중간에 나오면서 정착 지원금도 받지 못했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며 3년을 떠돌았습니다.

세상 물정을 몰라 어렵게 번 돈까지 사기당했습니다.

[박지애/2017년 보호 종료 :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는데, 저는 거절 자체를 못 했었거든요. 그게 유일한 인간관계의 방법이었고.]

시설에서 나온 청년들은 생활고도 문제지만 사회 적응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막막합니다.

[안지안/2016년 보호 종료 : 의지할 사람이 (보육원을) 함께 나온 친구들끼리밖에 없는 거예요. 근데 친구들끼리도 솔직히 이제 다 처음이고…]

정부는 자립을 돕는 전담요원을 두고 있지만 전국에 300명뿐입니다.

[박지애/2017년 보호 종료 : 퇴소자 챙겨야 하지, 안에 있는 (보육) 시설 친구들도 케어해야 하지, 너무 사람이 많다 보니까.]

해마다 2500명이 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란 겁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아이들이 심리·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삶의 중요한 결정을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많은 지자체가 정착 지원금을 800만 원으로 늘리고 있고 정부도 지원 전담인력을 120명 더 뽑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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