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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가(可) 하면 예 하시오"

입력 2018-08-13 21:35 수정 2018-08-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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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가(可) 하면 예 하시오"

더 이상의 토론은 없었습니다.

거부 의사를 물어보는 과정도 생략됐습니다.

"안됩니다. 불법이요" 외치는 사람들은 입이 틀어 막힌 채 퇴장당했고 딱딱딱…

가결을 알리는 둔탁한 소리만이 고요한 예배당을 갈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38년 9월 10일 조선예수교장로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던 순간.

무엇보다도 그것은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했던 기독교의 핵심교리에 어긋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왕이 있는 동쪽을 향해 90도 허리를 굽혀 절했던 그들은 뜻밖에 이러한 주장을 내놓습니다.

"신사는 종교가 아니요…
기독교의 교리에 위반하지 않는
본의를 이해하고 신사참배가
애국적 국가 의식임을 자각하며…
황국신민으로서 적성을 다하기로…"
 - 홍택기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장 1938년 9월 10일

"신사참배는 종교의식이 아니다. 국가의식이다"

이후 그들은 국방헌금, 또 일본군 위문금 모금을 결정했고 애국기라는 이름의 전투기 헌납까지 결의합니다.

일제에 바쳐진 그 전투기의 이름은 '조선 장로호' 였습니다.

이후 80년이 지나서 한국 개신교는 그 부끄러운 역사를 스스로 드러내고자 했고 자정의 노력들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편…

아버지 목사에게서 아들 목사로 이어진 그 기형적 대물림이 인정되는 순간.

누군가는 바로 80년 전 참담했던 신사참배 결의를 떠올렸습니다.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는 일제의 강제로 결의했으나
오늘 통합 측 재판국은 자의로 결정했기에
통합 교단 최대 수치의 날…"
 - 옥성득 목사·UCLA 한국기독교 석좌교수

"전임목사직을 곧바로 승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습이 아니다."

"세습은 북한에서만 쓰는 용어이다. 우리는 세습이 아니라 승계다."

세속의 귀로 들어도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강변이 계속됐고…

등록 교인 10만 명, 그 대형교회의 변칙세습 방식은 교단의 법적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우려와 의심의 눈길로 볼 때…
유일한 분 하나님을 향해 걸어가야…"
- 김하나 명성교회 담임목사

아버지의 자리를 공식적으로 이어받은 아들 목사는 바로 어제 이렇게 설교했습니다.

그의 하나님.

그리고 개신교의 하나님…

그 하나님은 같은 존재일까를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지 않을까…

"가(可)하면 예 하시오"

수많은 종교인들이 80년 전 궤변으로 포장되었던 그 시절의 결정을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교회의 세습을 두고 "불가하므로 아니오"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한국 교회에는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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