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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논란 속 달리는 '여성 배려칸'…직접 타보니

입력 2016-06-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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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 지하철에서는 어제(22일)부터 여성만 탑승할 수 있는 '여성 배려칸'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성 승객들의 편의 뿐 아니라, 성범죄도 막겠다는 취지인데요. 한쪽을 분리하고 갈라놓는 것만이 대수냐는 문제제기도 있고, 실효성이 있냐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취재해본 결과로는 우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부산의 지하철 1호선. 하루 평균 이용객은 44만 명으로, 부산 지하철 승객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용하는 열차입니다.

이곳은 부산 지하철의 여성 배려칸 앞입니다.

말 그대로 여성 승객만 탈 수 있도록 한 곳인데요. 전체 열차 가운데는 5호차 한 칸에서, 시간은 보시는 것처럼 출퇴근 시간 각각 2시간동안 제한적으로 운영됩니다.

현재 시각이 오전 7시 49분인데요. 제가 특수 카메라를 들고 여성 승객의 시선으로 배려칸 안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배려칸 안에 탑승했습니다. 여성 배려칸을 알리는 안내원이 탑승해서 안내를 하고 있고요.

안에는 여성 승객도 보이지만 좌석에 앉아있는 남성 승객도 보입니다.

좌석 가운데는 여성배려칸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출입구에도 배려칸임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붙어 있고요. 통로 위쪽에도 여성 배려칸이라고 써 있습니다.

여성 배려칸에 탄 승객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전영숙/탑승객 : 여성들이 요즘 어려운 일을 많이 당하잖아요. 이런 칸 있으면 안심도 되고요.]

[차광일/탑승객 : (같이 오면 여성은 탈 수 있고, 남성은 탈 수 없는데요.) 옆의 칸에 타면 되죠.]

퇴근시간대 여성 배려칸을 지켜봤습니다. 승객 10명 중 2~3명은 남성입니다.

이들은 여성배려칸 표시가 잘 보이지 않거나, 몰랐다고 말합니다.

[이옥륜/부산 개금동 : 좀 크게 확대를 해서 붙여야죠.]

[이창기/부산 전포동 : 이렇게 붙어있으면 볼 수 있을까요. 타고 말해주기 전까지 몰랐어요.]

홍보 부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 열차는 여성 배려칸 홍보열차입니다. 말 그대로 여성 배려칸을 더 많이 홍보하기 위한 열차인데요.

손잡이를 보시면 여성만 탈 수 있다고 표시가 돼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창문에도 양보를 해달라는 홍보물이 부착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배려칸 홍보열차의 문구 역시,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은경/부산 거제동 : 이 홍보물을 보면 여성 배려보다는 일반적인 배려를 말하는 것 같고요. 여성과 아이를 부각시켜주면 어떨까 (합니다).]

안전요원이 여성 배려칸이라고 안내하자, 승객들이 협조하기도 하지만,

[옆 칸을 이용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실랑이도 벌어집니다.

[여성배려칸 탑승객 : 무조건 승객들에게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좋게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쁜 놈들만 탄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탁상공론하고 있어.]

성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선주/부산 온천동 : 여성배려칸이라는 게 저는 사실 범죄 예방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제대로 여성을 배려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한 남성은 기습적으로 카메라 앞으로 뛰어들어 반대 의견을 외칩니다.

[1인 시위자 : 여성은 장애인이 아닙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요.]

이 같은 반대 여론 때문에 서울과 대구는 여성 전용칸을 도입하지 못했습니다.

또 하루 4시간만 운영하다보니 막상 운영시간이 시작돼도 열차 칸을 바꿔 타는 승객이 거의 없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김정권 영업처장/부산교통공사 : 보완대책을 수립하고 시민들 여론을 수렴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계속할지를 결정할 생각입니다.]

여성 배려칸은 석달 간 시범 운영된 뒤, 공식 도입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 여성배려칸이 여성 배려의 시작이 될 지, 아니면 또다른 논란의 시작이 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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