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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2006년 3월의 기적…도쿄돔서 일본을 잠재웠다!

입력 2015-03-04 22:07 수정 2015-03-0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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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일전은 단순한 승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지요. 우리나라는 대부분 종목에서 일본에 실질적, 또는 심리적 우위에 있지만, 야구만큼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 우리가 2006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WBC에서 그 벽을 허물었습니다.

9년 전 기억을 오광춘 기자와 함께 돌아보시죠.

[기자]

스즈키 이치로, 그가 곧 일본야구였습니다.

일부러 만든 스타가 아니라 정말 잘하는 영웅이었습니다.

조금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치로를 피했다가 다음타자 니시오카에게 맞은 깊숙한 타구.

[뒤로, 뒤로, 잡았습니다. 잡았어요. 이진영 우익수 멋진 수비입니다.]

우익수 이진영의 다이빙캐치가 나와 망정이지 가슴 철렁했습니다.

이치로는 사무라이였습니다.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를 잡아 3루까지 송구.

[사실 무리라고 봤거든요. 이치로의 송구, 알아주는 송구 아니겠습니까.]

주자를 잡지는 못했지만 강한 어깨는 우리를 주눅 들게 했습니다.

위협해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30년간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없게 만들겠다"던 이치로의 도발, 우리를 분노케 했지만 그건 현실인 듯했습니다.

[김정효 박사/체육철학 전공 : 일본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국선수는 여전히 B급이었습니다. B급 나라에서 온 조금 잘하는 선수로만 생각을 했었던 거죠.]

그렇게 1대2로 뒤진 8회. 4만 관중의 도쿄돔이 술렁였습니다.

우리 야구의 자존심, 이승엽에겐 울분의 한방이었습니다.

[그렇죠. 커요. 우측, 갔어요. 홈~런.]

[윤영길 교수/한국체대·스포츠심리학 전공 : 한일전은 선수들 안에 있는 집단 유전자죠, 밈(meme)이 작동하는 거죠.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경기력을 내는 방향으로 바꿔놓는 거죠.]

9회 말 투아웃에서 다시 이치로, 마운드의 박찬호는 정교함을 힘으로 눌러버렸습니다.

3대2 역전승. 일본을 이긴 것보다 자신만만하던 이치로가 고개를 숙였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위안거리였습니다.

[스즈키 이치로/일본 : 야구 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인 날입니다.]

야구에서 일본은 대등한 라이벌이 아니라 넘어서야 할 벽이었습니다.

일본보다 한 수 아래라는 콤플렉스에서 시작한 이 경기는 열등감을 녹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잠시나마 일본과 엮인 역사적 아픔에서 자유로워지는 기분도 맛봤습니다.

[윤영길 교수/한국체대·스포츠심리 전공 : 한일전은 스포츠 외의 역사적 맥락이 들어있는거죠. 일본을 압도할 수 있는 영역이 스포츠였고, 역전시킨 것 자체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보는 거죠.]

우리나라는 2라운드에서도 일본과 또 만났고 또 이겼습니다. 야구 종주국 미국마저 넘어뜨렸습니다.

복잡한 대회방식 때문에 4강전에서 또 다시 만난 일본, 우리는 아쉽게 무릎 꿇었지만 2006년 3월의 기적을 미완성이라 말할 순 없습니다.

[김정효 박사/체육철학 전공 : 한국야구는 변방이었죠. 그 경기 하나를 통해서 '어?'란 느낌을 줬던 거죠. 그러면서 3위라는 성과까지 거뒀고 우리나라 야구가 세계사에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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