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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렇게 해서 딱 해가지고 고거를 막 이렇게…'

입력 2017-12-14 21:50 수정 2017-12-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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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는 '기게스'라는 목동이 등장합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반지 하나를 얻게 되었는데 반지의 보석을 한쪽으로 돌리면 투명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봤음직한 상상의 현실화…그러나 반전은 있었습니다.

착하고 순박했던 목동은 반지의 힘을 이용해 국왕을 죽이고, 그 왕비를 부인으로 삼아 나라를 독차지해버렸으니까요.

주어진 힘이 커질수록, 함께 커지는 욕망을 어찌하지 못했던 인간의 나약함을 플라톤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친구에 대한 1심 구형공판이 마무리됐습니다.

"투명인간처럼 살아야 했는데…"

그러나 그 투명인간은, 등장하지 말아야 할 여러 장면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딱 해가지고 고거를 막 이렇게… 국가 기조를 해서 딱 하시면 이게 막 컨셉이 되는…"

통역이 필요할 것만 같은 그의 말에 귀 기울였던 국가 최고권력자와 공손하게 녹음하며 기록했던 문고리 비서관.

나라를 이끌어갈 새 정부의 국정기조는 그렇게 정해졌고 정치와 인사와 문화, 스포츠와 부동산은 물론이고 측근의 측근까지 살뜰히 챙겨왔던 투명인간의 휘황찬란했던 생애…

보이지 않으므로 책임질 필요 따윈 없다 여겼을 터이고, 보이지 않으므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을 터이지만 영원히 보이지 않으리라는 믿음은 그들만의 망상이었던 것이었지요.

투명인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람들의 상상 속에 등장해온 다른 투명인간들의 이야기를 몇 개 더 찾아봤습니다.

영국작가 H.G. 웰스의 소설 '투명인간'에서 특수한 약을 개발해 투명인간이 된 주인공은 재산과 권력을 향한 탐욕을 제어하지 못해서 온갖 악행을 저지릅니다.

영화 '할로우맨'에서 스스로 투명인간이 된 주인공 케인 역시 과대망상과 욕망에 취해 광기를 뿜어냅니다.

모든 이들의 로망인 투명인간은 결국 자멸의 길이라는 것을 작가들은 읽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1심 구형을 받은 자칭 투명인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그렇게 해서 딱 해가지고 고거를 막 이렇게… 딱"

적어도 이렇게까지 난해하거나 불투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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