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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다시금 기억해보는 1020만원'

입력 2016-06-2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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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올해 초에 저희 보도국으로 배달되었던 1020만원을 기억하시는지요?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든 것이 이른바 불가역이 되고 일본은 고작 백 억 원의 돈을 내놓으면서 그것도 소녀상을 치워야 줄 수 있다는 망언들이 일본의 조야에서 횡행하던 그 때…

차라리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우리만의 재단을 설립하자고 서울 강남에 사시는 어느 아버지가 보내주셨던 돈입니다.

천 만 원은 아버지가, 이십 만 원은 아들이 보탰던 그 돈… 기억하시겠지요.

그 아버지와 아들에게 이런 소식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요.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참상을 세상에 알리고 가해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 사업에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정부는 적어도 시점 상으로는 이른바 '불가역' 합의 이후에 갑작스레 입장을 바꿔버렸습니다.

'그것은 민간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그렇게 해서 삭감된 예산은 4억 4천만원…

설마 '돈이 없어서' 라고 믿고 싶진 않습니다.

정부가 시민에게서 거둬들이는 각종 과태료와 범칙금만 해도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8천억원을 돌파했다 하고 하반기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10조원 안팎의 추경이 논의되는 마당이니까요.

그게 다 정부 재정이 궁핍해서 생긴 일이고 또 다시 돈이 들어가니까 나라살림이 그만큼 팍팍한 게 아니냐고 되물어 와도… 그래도 설마 돈이 없어서 4억 4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밖에도 국제학술심포지엄 개최비, 국외자료 조사사업비, 교육콘텐츠 사업예산 등을 전액 삭감한 것도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그 '불가역' 합의 때문이라면…

1020만원을 보내왔던 그 아버지는 당시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나 정치인들이 저질러왔던 문제는 항상 우리 국민들이 수습해왔다… 그러니 차라리 국민이 성금을 모으는 게 낫다…"

위안부 관련 예산 삭감 소식에 그 아버지와 아들은 또다시 그 돈을 봉투에 담아 넣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염려가 드는 오늘…

주인의 손으로 다시 돌려보내드린 그 돈봉투는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존심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 것인가.

오늘의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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