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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상한 부동산 단속'…숨어버린 중개업소

입력 2019-10-15 21:56 수정 2019-10-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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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자 정부가 대대적인 현장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단속반과 술래잡기 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인기척이 없습니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불은 꺼졌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내부를 가려둔 곳들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합동단속반을 꾸려 현장에 처음 나선 14일 벌어진 모습입니다.

3.3㎡ 당 가격이 1억 원에 육박하는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상가인데요.

부동산 안에 불은 켜져 있지만 실제로 문을 열어 보려고 하면 잠겨 있어서 열리지 않습니다.

옆에 있는 부동산도 마찬가지인데요.

아예 불은 꺼져 있고 문도 잠겨있습니다.

이 상가 1층에만 부동산이 무려 16개나 되는데 문을 연 곳은 두군데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 : 오늘 단속 나온다고 해서. 이 근처에 있다고? 카페에? 네, 여기요. 지금 온대요.]

문을 닫고 있다가도 손님이 전화하면 근처에서 응대하는 것입니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단지.

문은 잠겨 있지만, 전화를 해보면 금세 받습니다.

[A 공인중개사 : 오늘 단속 때문에 그래요. 내일 오시면 돼요. 문을 저희가 닫고 있긴 한데, 안에 있긴 하거든요.]

부동산들은 대부분 현장단속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B 공인중개사 : 등기 자체가 국토부도 가고 행안부도 가고 국세청도 가. 다 보고 있어. 누가 얼마에 어딜 샀네, 금액이 얼마네, 나이, 다 알고 있어. 뭐하러 나오느냐고.]

단속을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C 공인중개사 : 특별히 걸릴 게 뭐가 있어요, 없죠. 닫는 거 자체가 다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단속만 나온다고 그러면 문 닫으니까…괜히 그냥 귀찮으니까 그러겠죠.]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니 정부도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D 공인중개사 : 3년 전 분양할 때 34평 짜리가 13억원이에요. 지금 26억원. 계약금 10%면 1억 3천만원 넣어 놓고 13억원이 오른 거예요. 그 정도로 오르면 이건 정책 수단이 나오지….]

[전 개포동 주민 : 저 팔았어요, 막 오르기 시작한 3년 전에. 여기서 40년 넘게 살았는데 몰라서, 못 읽어서. 전세로 이 나이에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러니 죽을 맛이죠.]

단속 이튿날 째에는 문을 연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보기가 한층 수월해졌습니다.

강남의 한 상가 한쪽 면을 따라서 부동산 6군데 모두 문을 연 모습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단속 정보를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E공인중개사 : 어제 같은 경우는 닫았는데 오늘 조금 열었다가 또 지금 거의 닫을 거예요. 삼성동까지 왔단 얘기를 듣고. 어젠 00아파트까지 왔다고 해서 다 닫았는데.]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한 단속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핵심은 실제 일어난 거래들 가운데 의심 사례들에 대한 단속입니다.

많게는 수십 억이 오가는 고가 주택 거래에 차입금, 그러니까 빌린 돈이 대부분인 경우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출처가 없는 현금 비중이 높거나, 차입금 비중이 너무 높아 국토부가 조사 중인 이상 징후 거래들은 지난 8월 이후 거래신고분 중에만 1000여 건이 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민이나 중개업소나 이런 방식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래서 얼마나 효과를 낼지, 미덥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최경자/서울 장지동 :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지. 빠짝 부동산 갑자기 문 닫고 또 빠짝 열었다가 이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꾸 정책이 이랬다가 저랬다 하잖아. 또 묶였다 하면 풀어주고….]

정부가 대출 규제와 시장에 대한 조사 강화를 내세워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이렇게 깜깜이로 일관하는 중개업소들은 마치 금방 지나가고 말 것처럼 보는 듯 합니다.

단기 처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턴기자 : 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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