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금통위원 2명이 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동철 위원, 신인석 위원이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이 총재 주재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에 나온 인상 결정이었다.
그러나 총재를 포함해 7명 금통위원 중 5명만 인상에 찬성해 금통위 안에서도 이론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인상을 결정한 금통위에서 동결 소수의견이 2명 이상 나온 것은 201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2000년대 들어 네 번째일 정도로 드물다.
조동철 위원은 그간 경제 성장세에 대한 우려, 물가 상승세 불확실 때문에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조 위원은 지난해 한은이 금리를 올릴 때도 동결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통화완화 선호)다.
신인석 위원은 지난 9월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금리조정 과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돼가는 것을 확인해가며 진행돼야 한다"며 역시 금리 인상 신중론을 펴왔다.
금통위 내에서도 금리 인상 반대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소수의견은 향후 금통위의 금리조정 속도를 점칠 수 있는 가늠자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도 7월, 8월, 10월 금통위에서 잇달아 인상 소수의견이 제시됐다. 경기 둔화, 고용 쇼크에도 금리 인상의 불씨가 남았다고 본 것은 이런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한 탓이었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금리를 올릴 당시에는 조동철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내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동결론과 1차례 금리 인상론이 팽팽했으나 최근에는 동결론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노무라는 최근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5%로 제시하며 기준금리가 동결되다가 내후년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 '신중히'라는 표현을 빼고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힌 것은 이 같은 시장의 기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신중히'라는 문구를 제외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한은의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총재는 동결 소수의견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소수의견이 자주 나온다"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돼 방향성이 정해지면 만장일치가 나오겠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소수의견이 나타나는 것을 이상하게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