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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30만원 구두, 공임비는 8500원…제화공들, 다시 거리로

입력 2018-09-13 21:37 수정 2018-09-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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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십만 원짜리 구두를 만드는 '수제화공'들이 공임비를 1만 원도 받지 못하는 사실이 알려져서 올 초 논란이었습니다. 당시 공임비가 좀 올랐는데, 제화공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그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맞춤 구두부터 유명 브랜드 제품까지 가지각색의 수제화 가게가 모여 있는 서울 성수동 거리.

이 수제화들을 만드는 제화공의 하루는 보통 새벽 5시부터 시작됩니다.

[제화공 : (원래 이 시간에 출근하세요?) 그렇죠. 이렇게 일찍 와서. 퇴근요? 보통 (밤) 12시. 시간이 모자라요.]

공장에 출근한 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손이 쉴 틈이 없습니다.

가죽 모양을 따라 테이프를 붙이고, 구두 모양 틀에 망치질을 해 굽을 답니다.

구두의 외피를 자르고 모양을 잡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렇게 구두 한 켤레가 만들어집니다.

평균 1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제화공들은 신발 한 켤레를 만들 때마다 공임비를 받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신발은 한 켤레에 수만 원부터 수십 만 원에 달하지만, 공임은 1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올초 탠디 등 일부 회사의 제화공들이 파업하며 논란이 제기되자, 공임비가 소폭 인상된 상황.

하지만 제화공들은 여전히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한 대기업 하청 공장에서 일하던 제화공들은 지난달 말부터 거리로 나왔습니다.

한 켤레 30만 원이 넘는 구두 공임비를 기존 7000원에서 8500원으로 올라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최경진 (38년 경력 제화공) : 본인들도 우리가 장인이래요. 그런데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서 40만원 50만원 이렇게 받으면서 우리의 처우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장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파업 중인 제화공 중 13명이 2주 전까지 일하던 공장인데요.

지금 재봉틀은 멈췄고 텅 빈채 일하던 흔적만 남았습니다.

결국 하청업체 측은 본사와 논의해 공임비를 8500원으로 1500원 인상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주동수/하청업체 사장 : 저희도 을의 입장하고 같습니다. 임금은 충분히 회사(원청)한테 얘기를 전달했고. 회사에 복귀해가지고 같이 일했으면 좋겠어요.]

제화공들은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기본 노동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초 노동자였던 제화공들의 지위가 개인사업자로 바뀌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무렵입니다.

당시 제화업체들이 제화공과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소사장제'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오치달 (40년 경력 제화공) : 내 마음속에는 내가 사장이란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나는 그냥 40년 전부터 일하던 노동자였고, 내 밑으로 누구를 고용한 적도 없고.]

본사 측은 당장 해결은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본사 :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은) 저희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해결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하지만 법정도 제화공들의 노동권을 일부 인정한 상황.

제화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낸 제화공들이 지난해 재판에서 승소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홍노영 (40년 경력 제화공) : 간암 진단을 받으니까 일을 못 하잖아요. 업주한테 '치료비하게 생각 좀 해줘라' (그랬더니) '니네 개인사업자인데 무슨 퇴직금 받을 자격 있냐'고…]

당시 재판부는 '제화공들이 형식적으로는 도급 계약의 당사자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십 만 원짜리 구두 한 켤레를 만들고 이들은 1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법니다.

그마저 4대 보험은 꿈도 못 꾸고 퇴직금마저 소송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수십 년 한 기술을 닦은 제화공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일까요?

(인턴기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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