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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그대 한 사람'을 위해…곳곳 간절한 기도

입력 2020-12-03 21:23 수정 2020-12-04 00:11

"코로나 수능 무사히"…거리두기 속 '기도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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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수능 무사히"…거리두기 속 '기도 행렬'


[앵커]

달라진 게 많았던 수능 날이었지만, 간절한 마음들은 그대로였습니다. 코로나 속에서 무사히 잘 마치고 오기를. 애틋한 기도가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수험생 가족들을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대구 팔공산 남쪽 봉우리 정상에 있는 석불좌상입니다.

불상 위의 돌이 '갓'처럼 생겨, '갓바위', '갓바위 불상'으로 불립니다.

이맘때면 전국에서 사람이 모입니다.

수능 기도 명당으로 유명해서입니다.

갓 모양이 대학의 박사모와 비슷해 입시에 좋은 기운을 준다는 겁니다.

팔공산 갓바위로 향하는 길목엔 이처럼 1년 365일을 의미하는 1365개의 돌계단이 있습니다.

이 계단을 오른 뒤 간절히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매년 수능을 앞두고 전국 수험생 부모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수능 하루 전부터 이곳을 찾은 수험생 가족들.

쉴 새 없이 기도하는 할머니.

[황행자/경북 안동시 : 갓바위 사진 찍어서 손녀한테 보내면 부담스러울 것 같고 엄마한테 보내주려고요.]

수화기 너머로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습니다.

[수험생 학부모 : 코로나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픈데. 지금 못 내려가는 게 (여기에서) 전화받으려고. 왠지, 왠지 그냥 전화받고 싶어서.]

수능 당일인 오늘 아침, 동이 트기 전부터 발길이 이어집니다.

[김미애/대구 방촌동 :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올라왔어요. 올라오는데, 여기 위에 도착하니까 많이 추웠어요. 올라올 땐 힘드니까 땀나고 이러니까 추운 줄 잘 모르겠던데.]

[김은영/경남 김해시 장유동 : 우리 아들이 기숙사 학교에 있는데 출발을 7시에 고사장으로. 그전에 도착하고 싶어서 일찍 왔죠. 시험 끝나자마자 햄버거 먹고 싶다고. 햄버거 사 들고 고사장 앞에서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시험이 시작되자, 아이들을 바래다주고 온 부모들로 자리가 꽉 찼습니다.

[손윤숙/경북 김천시 황금동 : 7시에 애 데려다주고, 여기 와서 이제 기도하고 있으려고요.]

[양만태/울산 신천동 : 뭐 별다른 건 한 건 없어도, 그래도 힘내라고 안아주고. 덤덤하니 '아버지 뭐 잘 치고 오겠습니다' 이러더라고요.]

사람이 모인 곳인 만큼 쉴 새 없이 거리두기 안내가 나오고,

[반드시 도량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고, 2m 이상 거리를 유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에선 마스크도 나눠줍니다.

종일 기도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됐던 식사는 당분간 중단됐습니다.

[김천년화/선본사 갓바위 신도회장 : 마스크를 나눠주고요, 일일이 다니면서 손소독제 나눠주고. 우리가 철두철미하게 방역을 하니까요.]

같은 시각, 서울 조계사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체감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켜고 연신 고개를 숙입니다.

지난해까진 대웅전에 모여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400명이 들어가는 곳에 40명만 들어갔습니다.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면서 이곳 법당에는 추운 날씨에도 실내 온풍기를 틀지 않고 있습니다.

인원 제한도 생겨서,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밖에 마련된 별도의 천막에서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전복임/서울 망원동 : (손자가) 할머니 가지 말라고 전화가 왔어요. '할머니 나 잘 볼게' 집에서 기도하라고 사람 많은 데 가지 말라고. (그래도) 안 가면 안 되겠구나 해서 슬슬 왔어요.]

못 오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생중계도 준비했습니다.

수능을 잘 보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이 더 중요합니다.

[유은정/서울 종암동 : 사실은 거리를 두고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지냈어요. 아이가 너무 불안해하니까. (수능) 시험으로 인해서 본인이 혹시나 코로나가 걸려서 논술을 못 보게 되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고요.]

[여상훈/대구 달성군 :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돼서. 공부도 좋지만 코로나에 안 걸리면서 착실하게 공부해서.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고,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유례없는 코로나 수능이 치러졌습니다.

반복되는 등교 중지에, 수능 시험까지 미뤄진 상황에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건 무엇보다도 안전이었을 겁니다.

(VJ : 박선권 / 영상디자인 : 강아람 / 인턴기자 : 황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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