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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내시 남편 위해 만든 지장보살상 발견

입력 2012-07-18 08:10

최선일 박사, 속초 보광사 보살상 복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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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일 박사, 속초 보광사 보살상 복장 분석

죽은 내시 남편 위해 만든 지장보살상 발견


죽은 내시 남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그 부인이 시주해 만든 조선후기 목조 불상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인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문화재감정위원인 최선일 박사는 최근 발간된 한국미술사학회 기관지 '미술사학연구' 제274호에 기고한 논문 '속초 보광사(普光寺) 목조지장보살좌상과 조각승(彫刻僧) 초안(草安)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최 박사에 따르면 강원 속초시 동명동 579-2번에 위치하는 보광사에 아미타불의 협시보살 중 하나로 봉안된 이 지장보살상은 통나무 하나로 만든 일목식(一木式) 불상으로, 높이 46㎝에 무릎 너비 30.5㎝다.

최 박사는 "2010년 9월, 사찰 측 의뢰로 충북대 목재연륜 조사팀과 함께 보살상을 조사할 때 그 복장(腹藏. 부처나 보살상 복부에 공양물을 넣은 공간)에서 이를 누가 언제 무슨 일로 발원해 만들게 되었는지를 정리한 발원문과 그 이후 이를 다시 언제 누가 수리하게 되었는지를 밝혀주는 중수문서를 아울러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히 발원문을 분석한 결과 이 보살상은 한씨(韓氏)라는 여인이 죽은 남편 숭록대부 나업(羅業)이 "극락에 가서 환생하여 함께 아미타부처님을 뵈옵기를 빌"고자 조각승인 초안(草安)이라는 승려에게 만들게 한 다음, 효종 5년(1654) 8월29일 금강산 안양암(安養庵)이라는 암자에 안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업은 조선왕조실록 등지에 보이는 기록을 종합하면, 환관으로서 1624년 선릉(宣陵) 단오제에서 불경스런 행동을 했다 해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1638년에는 청나라에서 요구한 처녀들을 인솔하고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죽은 시기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 박사는 "죽은 내시를 위한 불상 조성 사례는 처음으로 안다"면서 "더불어 같은 복장에서는 80년 뒤인 건륭 5년 경신년(1740)에 이 보살상을 수리했다는 기록을 같이 발견함으로써 고친 내력도 아울러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발원문과 중수문서 외에도 복장에서는 황초복자에 싼 후령통과 '제불여래보살명칭가곡'(諸佛如來菩薩名稱歌曲)과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을 비롯한 불경, 다라니 등이 발견됐다.

이 중 '명칭가곡'은 조선왕조실록에 14번 언급된 책으로 1405-1407년 무렵에 명나라 영락제 시절에 간행한 불교경전이다. 이번 복장물에서 발견된 명칭가곡 마지막 장에는 '영락 15년 4월17일'이라는 간행연도가 있어 1417년 간행본임을 알 수 있다고 최 박사는 덧붙였다.

아울러 최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균(1615-1655)→삼인(1628-1659)→초안(1654-1659)으로 이어지는 임진왜란 직후 조선시대 조각승 계보를 재확인했고, 임란 직후 사찰 중건과 더불어 지장전에 봉안하는 지장보살이 제작되고 수리되는 상황도 엿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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