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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보다 위에 있어"…배달노동자가 찍은 '배달의 삶'

입력 2021-08-06 14:42 수정 2021-08-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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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아 작가의 'On y Go' 전시회 사진. [한노아씨 제공] 한노아 작가의 'On y Go' 전시회 사진. [한노아씨 제공]
"이 사진을 찍고 울컥했습니다"

10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지난 4월부터 배달 노동을 하고 있는 한노아(32)씨가 찍은 사진입니다.

한 배달노동자의 오토바이 뒤편에는 "모든 상황 죄송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한씨는 "AI로 대표되는 현재의 배달 노동 시스템에서 배달 노동자가 말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며 "이런 글귀를 적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한노아 작가의 'On y Go' 전시회 사진. [한노아씨 제공] 한노아 작가의 'On y Go' 전시회 사진. [한노아씨 제공]
한씨는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 배달 노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핸드폰과 AI의 요청만을 기다리는 수많은 배달노동자가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기록을 시작했고, 사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한노아 작가의 'On y Go' 전시회 사진. [한노아씨 제공] 한노아 작가의 'On y Go' 전시회 사진. [한노아씨 제공]

한노아 작가의 'On y Go' 전시회 사진. [한노아씨 제공] 한노아 작가의 'On y Go' 전시회 사진. [한노아씨 제공]
한씨는 JTBC와의 통화에서 배달 노동을 하며 인간보다 AI가 우월한 위치에 있단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직접 배달 노동을 하고 또 AI의 배차를 받아보니, 사람들의 노동은 단순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씨의 작업 노트엔 "배달 과정에 AI를 도입함으로써 플랫폼 기술을 소유한 기업인-〉AI-〉단순노동자 계급 구조가 실현된 것"이란 글이 적혀있습니다.

실제 한씨가 찍은 사진을 보면 배달 노동자들이 AI의 지시를 기다리듯 핸드폰만 바라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씨는 "이런 모습이 배달 노동을 넘어 더 많은 분야에서 보편화될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장면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한노아씨의 모습. [한노아씨 제공]한노아씨의 모습. [한노아씨 제공]
한씨는 이렇게 점점 더 번져가는 우리 삶 속 '배달의 모습'들을 발견하고 기록해 갈 예정입니다.

한씨는 오늘도 배달 노동을 합니다. 사진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생계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씨 역시도 직접 배달을 하며 납득할 수 없는 AI의 지시를 받은 경험을 토로합니다.

"AI가 지정한 시간 내에 배달하려면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한씨 전시회의 제목은 '오니고 On y Go'입니다. 불어와 영어가 합쳐진 조어이자 은어로 '가자' 혹은 '가즈아'라는 뜻과 가까운 말입니다. 전시회는 서울 청운동 '류가헌'에서 8월 8일까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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