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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입력 2020-11-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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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JTBC는 이달 초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의 '갑질' 의혹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갑질과 폭언 스트레스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김윤배 전 청주대학교 총장의 운전기사 김모씨의 딸이 올린 글입니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KCU1Bj)
 
[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운전기사 김씨는 지난 25년 동안 김 전 총장 집에서 운전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두 달 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숨졌습니다. 김씨의 딸은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휴대전화기에 남아있던 통화 녹취를 들었습니다. 그 녹취에는 김 전 총장의 욕설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유족에게서 해당 휴대전화기를 받아 분석했습니다. 짧게는 15초, 길게는 1시간 넘는 녹음파일 수십 개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2년 6개월 동안 기록된 5시간 분량의 녹음파일을 모두 들었습니다.

김 전 총장의 폭언은 여러 번 나왔습니다. 김 전 총장은 자동차에 휴대전화 거치대가 설치되어있지 않다며 화를 냈습니다.
 
[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김씨가 운전 중 사이드미러를 접지 않으면 '똥고집을 부린다'고 했습니다. 자주 가는 음식점을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냐'고 다그쳤습니다.
 
[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녹취에 담긴 건 폭언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전 총장과 그의 부인, 그리고 김 전 총장의 어머니까지 김씨에게 허드렛일을 지시한 음성도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잔디 깎기>, <구두 닦기>, <개밥주기>, <가습기 고치기> 등 사적인 업무를 시켰습니다. 김 전 총장은 더운 여름날 자신이 키우는 개가 덥지 않게 '선풍기'를 틀어놓으라고 했습니다. 한 녹취에서는 김씨가 구두를 닦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25분 가까이 들렸습니다.

모두 김씨의 본업인 운전과 관련없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김 전 총장 집에는 원예사와 사육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일을 해왔습니다.
 
[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취재진은 김씨의 업무 수첩도 확인해봤습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김씨가 투박한 글씨로 매일 써온 업무수첩에는 '개밥주기' '개집정리' '잔디깎기' 등 일과가 곳곳에 적혀 있었습니다. 김씨의 친구는 "(김씨가) 머슴처럼 지낸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김씨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기록을 남겨온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지인들의 얘길 종합하면, 김씨는 언젠가 자신이 당했던 '부당한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당사자인 김윤배 전 총장과 그의 가족은 아직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취재진이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습니다. 김 전 총장 집에도 두 차례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김씨가 소속되어 있던 회사에 찾아가봤습니다. 김 전 총장의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조그만 회사에서 일할 때는 그런 건 도울 수 있는 것" "그게 우리나라 인지상정"이라고 했습니다.
 
[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JTBC 보도 이후 시민사회 곳곳에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충북참여연대와 청주대민주동문회는 "김 전 총장의 추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성명을 냈습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는 "유족의 투쟁에 연대의 마음을 담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사립대교수회도 "김 전 총장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으라"고 촉구했습니다. 

나아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개정하자고 했습니다. 이번 일처럼 상습적으로 직원을 괴롭힐 경우,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취재설명서] '갑질' 녹취 남기고 숨진 김윤배 전 총장 운전기사

유족은 김 전 총장에게 해당 녹취를 들려줬지만 사과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빈소를 찾은 김 전 총장은 유족에게 '김씨를 가족 같이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진짜 가족이라면 그 사람은 가정폭력배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김 전 총장이 저지른 죄가 있다면 법 앞에서 평등하게 벌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아직 진행중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온갖 '갑질'이 끊이지 않습니다. 누가 '갑'과 '을'을 나눌 수 있는 것일까요? 유족의 표현을 빌려 "이 사회에서 더 이상 갑질에 피멍 드는 사람이 없도록"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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