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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운명의 하루' 앞두고 민심 수습책 고민

입력 2016-11-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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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운명의 하루' 앞두고 민심 수습책 고민


청와대, '운명의 하루' 앞두고 민심 수습책 고민


청와대는 11일 '운명의 하루'를 앞두고 민심 수습책 마련을 위해 깊은 고민에 빠져든 모습이다. 오는 12일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당일 최소 50만명, 경찰은 16만~17만명이 집회에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예상치만으로도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8만명),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시위(13만명)를 웃도는 규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의 지도부 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까지 전원 참석할 것으로 보여서 정권의 명운을 가를 중대기로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청와대도 이번 촛불집회가 미칠 여파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정연국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준엄한 뜻을 아주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밝힌 것도 청와대의 분위기를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이날 오전에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민심 수습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 등 외교일정만 소화하며 최근 일정을 최소화한 박 대통령도 이날 일정 없이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거의 다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이 청와대로서는 고민의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사과에 이어 같은달 30일과 11월3일 두 차례에 걸친 청와대 참모진 개편, 지난 2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비롯한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한번 더 고개를 숙이고 검찰 수사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8일에는 국회를 전격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김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하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하지만 야3당으로부터 총리 추천 제안을 거부당했으며 대국민담화에서 제안한 영수회담 논의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뿐 아니라 민심의 반응도 '백약이 무효'에 가까울 정도로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5%)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로 여전히 지난주와 똑같은 역대 대통령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두 번째 사과와 검찰 수사 전격 수용 결정, 국회 추천 총리 임명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지층 결집 효과조차 누리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나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등 여론의 악재가 남아 있어 국정운영 정상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야 가능성은 일단 배제해 놓고 있는 청와대가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박 대통령의 탈당이나 2선 후퇴 공개표명 정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은 집권여당의 존재나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과 관련된 정치권의 헤게모니 문제일 뿐 민심 수습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 촛불집회로 성난 민심이 무섭게 타오를 경우 박 대통령이 담화나 기자회견 등의 자리를 통해 2선 후퇴 의사를 표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박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통해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실질적 내각 통할권을 보장하겠다는 점을 약속하고 여야 대표들을 설득해 국정을 정상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영수회담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다 총리 추천 카드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정국 정상화를 모색할 공간 자체가 사라진 셈이 됐다.

다만 청와대는 내치 뿐만 아니라 군 통수권과 외치에서까지 손을 떼라는 야당의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2선 후퇴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 모두를 박 대통령이 확실히 보장할 것이며 이는 당초 야당이 주장했던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정 대변인도 이날 "국정에 대한 혼란과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총리 추천 문제도 국회에 가 있고 하니 국회에서 총리 추천을 조속히 해주시고 협조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국정공백 해소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청와대가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의혹 제기에 적극 대응으로 돌아서는 한편,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해줬는데도 야당이 사태 수습을 위해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여론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야당이 요구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교체, 거국내각과 책임총리제, 특검과 국정조사, 영수회담까지 모두 받아들였는데도 야당이 의도적으로 정국 파행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감지된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야당도 국정의 주체 중 하나인데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거냐"며 "이제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야당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대변인 브리핑을 열어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7시간 중 당시 고용복지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로 10분간 기초연금법 관련 보고를 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공개했다.

이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성형시술을 위한 마취를 받아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되면서 서둘러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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