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샤넬 또 오른대" 긴 줄…'오픈런' 가보니

입력 2021-04-20 20:5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백화점에 빨리 들어가려고 문 열 때까지 그 앞에서 기다리는 걸 '오픈런'이라고 부릅니다. 최근에 한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올릴 거란 소문이 돌자 매일 새벽 백화점 앞에 수백 명이 몰리고 있는데요. 전날부터 밤을 새우거나 침낭에 캠핑 의자를 챙겨오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가 직접 이 '오픈런'을 해보면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샤넬이 가격을 올릴 거라는 소문이 퍼진 이달 중순, 취재진은 오픈런 현장을 찾았습니다.

백화점 앞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시간이 아침 6시 43분인데요.

밖에 비도 조금 내리는데 벌써 많은 사람이 몰려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도 나가서 대기줄에 합류해보겠습니다.

백화점 앞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이미 수십 명이 대기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대기 고객 :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아직 아침엔 날씨가 쌀쌀한 탓에, 패딩과 담요로 몸을 덮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의자를 챙겨온 사람도 많습니다.

취재진 뒤로 줄이 순식간에 더 길어집니다.

[대기 고객 : 이게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 아니라, 매장에 들어갈 대기를 걸기 위해 줄을 서는 거예요.]

개장 30분 전인 10시가 되자 대기 번호를 받습니다.

저도 대기 번호를 받았습니다.

제가 오늘(20일) 3시간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대기 순서가 43번입니다.

[대기 고객 : (몇 시에 오셨어요?) 저 6시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진짜.]

가격이 오르는지, 재고는 있는지, 없으면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봐도 알 수 없습니다.

[직원 : (얼마나 자주 들어와요?) 주기라는 건 없어요, 랜덤식이기 때문에.]

[직원 : (가격 언제 올라요?) 저희는 인상된다는 공지를 받은 적이 없어요.]

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왔다가는, 아예 입장을 못 하기도 합니다.

[직원 : 보시는 것처럼 대기 고객이 많이 계셔가지고 연락 못 받으실 가능성이 있으세요. (앞에) 200팀이 계세요, 고객님.]

해당 브랜드 측은 "대기 시스템을 통해 매장 안팎이 많은 고객들로 붐비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기 번호를 배부하기 훨씬 전부터 사람이 몰리다보니,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나흘 간 지켜본 4개 백화점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닥에 붙여놓은 거리두기 스티커가 무색합니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가득한 곳도 있습니다.

한 백화점 측은 고객들에게 주의를 주지만, 개장 전에 일어나는 일까지 신경쓰긴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A백화점 관계자 : 저희도 영업시간이 아닐 때 고객님들이 오시다 보니까 시시각각 바로바로 조치하기는 어려운 경우도…]

백화점 앞에 캠핑 의자와 배낭, 쇼핑백들이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다음 날 오픈런 대기 자리를 맡아두는 겁니다.

[B백화점 미화직원 : (혹시 저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맡아도 되는 건진 제가 모르겠고, 사람들이 이렇게 해놓더라고요.]

고객들은 매번 앞 순번을 차지해 물건을 사 가는 소위 '업자'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기 고객 : 거의 한두 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할걸요. 앞에 업자들이 막 또 엄청 (있어요.) 리셀하시는 분.]

[대기 고객 : 어제 저도 들어갔다 나왔는데 한 6~7명 정도가 의자랑 짐 두고 갔더라고요. 제 입장에선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10명 중에 서너 명은 업자라고…]

온라인에 해당 브랜드를 검색하면, 당일 구매했거나 새 상품이라는 판매글을 하루에도 수십 건 볼 수 있습니다.

오픈런을 통해 힘들게 구했다며 많게는 100만 원 넘는 웃돈을 붙여 팔기도 합니다.

만약 반복적으로 리셀을 통해 수익을 올리면 소득 신고를 해야 하지만, 적발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조직적으로 이 명품을 되팔기하면서 사업자등록을 해서 세금을 내면서 하는 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탈세가 되기 때문에 왜곡된 방향으로 시장이 갈 수 있는…]

어차피 "비싸도 팔린다"는 배짱 영업이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두 차례 가격을 올린 샤넬은 전년 대비 영업 이익이 34% 올랐습니다.

코로나로 면세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국내사업 매출은 26% 올랐습니다.

실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 마케팅 기법 중 하나가 소비자를 초조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줄 서게 하고 갑의 입장에서 '그렇게 너네가 원하는구나…']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이명현)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학교 옆 '리얼돌 체험관'…우후죽순 은밀한 성업 [밀착카메라] 봄 되자 또 '중국 어선'…단속 현장은 '이중고' [밀착카메라] 실뱀장어 씨 말리는 '괴생명체'의 실체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