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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결산] '우승' 신태용, 시간을 벌었다 ..이젠 월드컵 모드

입력 2017-12-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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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을 4 대 1로 이기며 2승 1무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번 한일전 승리로 2764일째 이어온 무승의 고리를 끊었다. [사진=연합뉴스]

동아시아 정상에 오른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이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지긋지긋한 자질 논란을 끝냈다. 동시에 100% 월드컵 모드에 돌입했다.

신태용팀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끝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4-1 완파하는 쾌거를 거뒀다. 한국이 일본에 세 골 차로 이긴 건 1972년 메르데카컵 준결승 3-0 승리 이후 무려 45년 만이다. 한국은 2승1무를 기록한 한국은 개최국 일본(2승1패)을 제치고 대회 사상 최초 2연패 겸 네 번째(2003·2008·2015년) 우승을 달성했다. 신태용팀은 2010년 5월 한일전(2-0승) 승리 이후 7년 7개월간(2무3패) 이어진 일본전 징크스도 깼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라이벌을 상대로 능력을 증명한 신 감독은 부임 후부터 이어진 ’비난의 고리’를 끊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지난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그는 지난 6개월간 줄곧 자질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부터 어긋났다. 신 감독은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 10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며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뤘지만, 오히려 축구팬들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았다.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데다 비슷한 시기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부임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나온 탓이다. ’히딩크 감독설’이 잦아든 이후엔 능력 부족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지난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러시아(2-4패)와 모로코(1-3패)에 연달아 대패하며 ’대표팀 지도자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리그 일정상 K리거들을 제외한 유럽파만으로 꾸린 ’반쪽짜리 대표팀’이라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지적이었다. 신태용팀이 동아시안컵에서 중국과 1차전에선 2-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2 무승부에 그치고, 최약체라는 북한에겐 상대 자책골로 간신히 승리를 챙기자 축구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전술과 팀 운영 능력에 대한 의혹까지 일며 코너까지 몰렸다. 이런 가운데 맞이한 ’독이 든 성배’ 한일전이었다.

벼랑 끝 신 감독은 빛나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비난과 비판 가운데서도 우직하게 자신의 축구 철학을 펼쳐나갔다. 백미는 한일전을 앞두고 ’전체 휴식’을 선언한 것. 신 감독은 우승이 걸린 일본전을 이틀 앞두고 훈련을 쉬었다. 한일전을 앞두고 누적된 피로를 풀자는 것이었다.

아슬아슬한 경기력의 신태용팀이 전술과 조직력을 다지는 대신 휴식은 무리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과 비교 됐다. 일부 축구팬들은 ’열심히 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우승할 생각이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신 감독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하루 휴식은 신태용팀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경기 내내 강력한 전방 압박을 펼치며 압도적 체력 우위를 바탕으로 대승을 만들었다.

더 큰 수확이 있다.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6개월여 앞둔 신 감독은 이제 자신감을 충전하고 준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술 논란, 리더십 논란, 팀 구성 논란, 협회 지원 논란 등은 당분간 자취를 감추게 될 전망이다.

19일 곧바로 출국해 손흥민(토트넘)·권창훈(디종) 등 유럽파 점검에 나서는 그는 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월드컵을 구상하게 됐다. 동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결과로 증명한 만큼 향후 팀을 재정비하고 및 일정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계가 아낌없이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한일전 승리 후 만난 신 감독은 지금까지 그랬듯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는 월드컵을 위한 전초전이었다고 본다. 우리가 결과를 가져왔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고 본다"면서 "그런 점을 보완해 오늘 마지막 경기를 한 일본과 함께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내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빛에 흔들림이 없었다.

도쿄(일본)=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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