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손으로 노래한 오페라, 가슴으로 듣는 베토벤 '피델리오'…'손 갈채' 터진 밤

입력 2022-04-20 15:40 수정 2022-04-20 15:5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청각 장애인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 잘 들리지 않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가 닿을 수 있을까요? 지난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A필)가 펼친 공연에는 평소의 두 배 인원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가수와 청각 장애인 배우가 짝을 지어 무대를 꾸민 겁니다.

LA필은 13일(현지시간) 월트디즈니홀에서 '데프 웨스트 극단(Deaf West Theatre)', 베네수엘라 '하얀 손 합창단(White Hands Choir)'과 합동 공연을 펼쳤습니다. 합창단과 극단은 각각 2인 1조로 한 역할을 맡아 한 명은 노래하고, 한 명은 수어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농인 극단인 데프 웨스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상 첫 농인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코다'의 트로이 코처가 속해 있는 극단입니다. 하얀 손 합창단은 청각 장애가 있는 젊은이들과 함께 노래합니다.

 
데프 웨스트 극단, 하얀 손 합창단과 함께 오페라 무대를 꾸민 LA필데프 웨스트 극단, 하얀 손 합창단과 함께 오페라 무대를 꾸민 LA필

배우들은 연극용 수어로 오페라를 전했고, 연주자와 템포를 맞춰가며 무대를 완성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박수 대신 양손을 힘차게 흔들어 환호를 보냈습니다.

공연장도 준비했습니다. 청각 장애인 관객들을 위해 안내요원들은 수어를 익혔고, 투명 마스크를 착용해 입모양으로도 소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종이와 펜을 준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 홀에서 펼쳐진 '피델리오' 공연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 홀에서 펼쳐진 '피델리오' 공연

알베르토 아르벨로 공연감독은 ”여러 세기 전 청각 장애인 작곡가가 만든 오페라가 이런 방식으로 공연되는 건 사상 처음”이라며 “이 무대가 많은 것을 바꿀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데프 웨스트 극단의 연출감독인 DJ 커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자랐으면서도 LA필 공연을 한 번도 못 봤으며, 디즈니홀에도 가보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오페라는 그 자체로 완성된 예술이어서 우리(농인)가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커스의 말을 전했습니다.
LA타임스는 “이 무대는 '피델리오'를 해방시켰을 뿐 아니라 듣는 방식을 바꿨다”며 “동시대의 다른 '피델리오'가 암울한 현실주의 오페라인 것과 달리, 이 공연은 눈물 아닌 환호를 보여줬다”고 호평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