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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민심 추적…4월, 대구의 민심은 뭘 원했는가

입력 2016-04-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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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거기간 내내 저희 탐사플러스팀이 취재한 내용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민심.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역시 인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민심이 처음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한 곳. 어딜까요? 그런 점에서 선거 전체 판세에도 가장 큰 영항을 미친 곳. 아이러니컬하게도 여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였습니다. 탐사플러스는 20대 총선 대구에서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을 20일간 밀착 취재했습니다.

2016년 4월, 대구의 민심은 무엇을 원했는가…. 정제윤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D-22]

[유승민 후보/무소속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오늘 헌법에 의지한 채 오래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 한 때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기반인 대구에서 출마하게 되면서 전면전을 선언한겁니다.

[D-19]

유 의원은 옷부터 갈아입었습니다. 빨간색 대신 하얀색 점퍼를 입었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한 남성은 유 의원을 보더니 눈물을 보입니다.

[사재원/대구 시민 : (왜 우셨는지?) (유승민 의원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결국 결판이 나지 싶은데….]

유 의원을 따라 새누리당을 탈당한 류성걸 후보도 하얀 점퍼를 입었습니다. 경로당에서 자신의 무소속 출마 사실을 알리느라 분주합니다.

[류성걸 후보/무소속 : 제가 부득이하게 이렇게 7번을 달고 출마하게 됐습니다.]

[대구 시민 : 나도 류성걸씨가 공천 못 받아서 이상하다 싶었어.]

고교 동창인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와 겨루게 된 류 후보에게 정 후보와 탈당 이후 연락해봤냐고 물었습니다.

[류성걸 후보/무소속 :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럴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한다는 것은 저의 자존심 뿐만 아니라 동구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같은 날 정종섭 후보도 인근 한 시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정종섭 후보/새누리당 : 무소속 연대라는 건 그 자체가 좋지 않습니다. (선거를) 그런 기술로 접근하는 거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당시 류 후보와 정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초접전을 벌였습니다.

또 한명의 하얀 점퍼는 권은희 후보.

[권은희 후보/무소속 : 안녕하세요. 5번. 하이 파이브.]

그런데 갑자기 한 남성이 나타나 권 후보 지지자들과 승강이를 벌입니다.

[권은희 후보 지지자 : 누가 보내서 왔어요?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입니다.]

[대구 시민 : 허구는 무슨 허구야. 시행해 봤나.]

하얀 점퍼를 대하는 대구 민심은 곳곳에서 여전히 싸늘합니다.

[대구 시민 : 무소속으로 되면 (나중에) 한나라당 (새누리당) 들어가나?]

[권은희 후보/무소속 :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할 거에요.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거고.]

[대구 시민 : 안 가면 당을 또 만들어야겠네!]

권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새누리당 정태옥 후보에게 고전하던 상황.

그런데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며 조금씩 변화가 감지됩니다.

[김춘자/대구 시민 : 새누리당이 아니어도 사람보고 찍지.]

[이찬교/대구 시민 : 이번에 하는 거 보니까 완전 뿔났어요. 당이 문제가 아닙니다.]

빨간색 도시 대구를 하얀색도 아닌 파란 점퍼를 5년째 입고 누비는 김부겸. 그는 5년새 민심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불안합니다.

[김부겸 후보/더불어민주당 : 오늘 저 분도 계속 일관되게 발목잡는 야당이라고 저한테 계속 투사를 하시잖아요. 그만큼 여전히 정당에 대한 불신이 강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초반부터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김부겸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

대구의 변화 바람은 유승민이 아닌 김부겸이 시작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은영/대구 시민 : 활동하시는 모습이 선거기간과 관계없이 저희들이 보기에 상당히 인상적으로 활동하셨고….]

실제 김 후보를 만나는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대구 시민 : 연봉 7, 8천만원 되는 분들은 (교육비가) 3분의 1은 넘을걸요. 40% 육박할걸요. 수성구에서 두 자녀 키운다면….]

[김부겸 후보/더불어민주당 : 한 과목당 50만원 잡고?]

[D-15]

믿었던 대구에서 하얀색 파란색 돌풍이 의외로 거세지자 새누리당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이 대구에 뛰어듭니다.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 대구, 경북분들은 야당에 표 안주시지만 어디 한군데는 주신다고 하던데? 그런데 '한군데 주면 어찌되겠나' 하면 큰일납니다.]

김무성 대표도 내려와 민심을 달래려 합니다. 하지만 친박계와 대립했던 김 대표에 대해선 적대적입니다.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김무성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김무성 대표/새누리당 : 김문수 지사하고, 나하고 둘이서 나갈게.]

[보안요원 : 다른 분들은 나가서 우회하시면 됩니다.]

이런 모습이 하루 하루 이어지면서 대구, 경북 지역에서 새누리당 지지도는 계속 떨어집니다.

그러자 친박계는 수위를 더욱 높입니다. 하얀 점퍼는 당선이 되도 안 받겠다고 한겁니다.

[원유철 원내대표/새누리당 : 우리 당헌, 당규에 그런(복당) 절차가 굉장히 엄격하게 돼 있고, 낙타가 바늘구멍들어가듯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 무소속이 당선되면 기어 들어온다, 기어 들어온다 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많아요. 공천은 괜히 합니까?]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내놓으라고까지 하면서는 당내에서도 비난이 이어집니다.

[김무성 대표/새누리당 : 아주 좋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최고 격전지 대구 동구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류성걸 후보 사무실 앞입니다.

류 후보는 진박 후보에 밀려 이번에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요.

사무실엔 이처럼 박 대통령과 찍은 큼지막한 사진을 걸어놨습니다.

대통령 마케팅을 둘러싼 양측의 웃지못할 상황에 시민들은 냉소합니다.

[박세웅/대구 시민 : 어느 사람하고 친하다 이래서 찍는 거는 옛날 방식, 옛날 방식이죠.]

[D-13]

공식 선거 운동 첫 주말. 중진의원들의 지원사격에도 새누리당 정태옥 후보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 여기는 특별히 문제 없죠?]
[정태옥 후보/새누리당 : 지금 무소속 바람만 아니면….]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 무소속 바람이 뭐가 있겠나고.]
[정태옥 후보/새누리당 : 여기서는 아주 냉소적입니다.]

팔공산을 찾은 유승민 의원도 류성걸, 권은희 후보에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털어놓습니다.

[유승민 후보/무소속 : (대구 분위기 좀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좀 아직도 마음을 못 정하신 분들도 많고, 그러신 것 같아요.]

지지율 그래프의 폭이 줄어들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뜨거워집니다.

유승민 후보는 정종섭 후보가 고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류성걸 후보 지역구에 출마한 것을 비난했습니다.

[유승민 후보/무소속 : 저 같으면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출마하라 그래도 저는 (동구갑) 출마 안 합니다.]

정 후보 지원에 나선 조원진 의원은 류성걸 후보의 유세차량이 지나가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조원진 후보/새누리당 : 남이 유세할 때 확성기 소리 꺼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여러분. 그러니까 짤린 거예요. 예의가 없어요 예의가.]

[D-7]

선거 막판 새누리당은 다시 수위를 업그레이드합니다. 하지만 방식은 바뀌었습니다. 무릎꿇고 읍소하는 전략입니다.

[대구 시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대구 시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김문수 후보는 선거를 일주일 남기고 매일 아침 지하철역에서 '백배사죄'를 했고,

[김문수 후보/새누리당 : 계속 무릎 꿇고 사죄하고 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북구을에 출마한 양명모 후보는 삭발까지 합니다.

[양명모 후보/새누리당 : 사람에 대한 능력에 대한 평가보다 (국민들이) 너무 화가 많이 나 계셔서 뭔가 좀 반성하고 새로이 하는 저 자신의 계기를 만든다.]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하율란/대구 시민 : 하나의 쇼지. 정치쇼라고 봐야지 뭐.]

[최자이/대구 시민 : 잠시 먹는 사탕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런 절은 소용이 없습니다.]

실제 '삭발투혼' 양 후보에 맞선 역시 무소속 홍의락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더 견고해졌습니다.

[홍의락 후보/무소속 : 제가 4년 동안 이 지역에 계속 사람들 만나고 노력했던 것이 다 어우러져서 이런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D-1]

정말 태풍이라도 불어닥칠것 같은 대구. 하지만 대구 민심은 다시 기울었습니다.

[유승민 후보/무소속 : 무조건 1번 찍는 분들이 아무래도 계시죠. 무소속들은 인물을 보지 않고 정책을 보지 않고 찍는 그런 분들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요.]

[D-DAY]

여당 일색이던 대구에 11개 지역 구 중 무소속 세 명, 야당 한 명이 당선됐습니다.

전체의 1/3에 달합니다. 태풍까진 아니었지만 대구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거셌습니다.

그렇다면 2016년 4월 대구의 민심은 뭘 원했을까.

[이성해/대구 시민 : 새누리당은 막대기를 꽂아도 된다는 이런 그런 성향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고….]

[노규덕/대구 시민 : 탈당을 했어도 맨 그 밥이 그 밥 아니겠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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