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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학생은 많고, 학교는 적고…신도시 '학교 쟁탈전'

입력 2020-10-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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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도시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학교를 배정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생깁니다. 학생 수에 비해서 학교가 부족하니 그러는 건데요. 바로 집 앞의 학교 말고 먼 데로 가야 하거나 강제로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원래 살던 주민들과 신도시 입주민들, 또 교육청 등 여러 관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의 다음 달 입주 예정인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큰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10여 분이면 갑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배정받은 학교는 다른 곳입니다.

실제 아이들이 배정받은 학교까지는 대략 1.4km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한번 아이들과 같이 걸으면서 등굣길이 얼마나 걸리는지, 안전상 위험요소는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발할까요?

건너도 건너도 계속 나오는 횡단보도.

등굣길 건널목만 최소 8개입니다.

가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는 아이들.

[양시호/초등학생 : 너무 멀어요. 어떻게 왔는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공무원) 아저씨들도 다 학교까지 걸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대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과 수많은 자동차로 부모들의 마음이 영 불안합니다.

[송지훈/학부모 : 트럭이 너무 많이 보이니까, 도로도 넓고 해서 걱정이 돼요. 셔틀버스도 지원해주고 있지 않고 해서…]

[양호열/학부모 : 이건 뭐 맞벌이하지 말라는 이야기고…잘못해서 우리 아이들이 등굣길에 사고 나면 또다시 제2의 민식이법 만들 건가요? 그걸 예방하는 게 중요하죠.]

아이들 걸음으로 학교까지 30분이나 걸렸습니다.

[힘들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못 다니겠어요.]

[엄마한테 차 태워달라고]

인천 동부교육지원청은 해당 아파트 분양 당시 이미 학교가 배정돼 있었고, 관련 규정에 따라 1.5km 이내에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6천 가구가 입주 중이거나 입주 예정인 경기도 김포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입니다.

올해 초 초등학교는 개교하면서 학교 문제가 해소됐지만, 이곳 같은 경우는 가까운 곳에 중학교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1.2km 거리에 있는 중학교로 배정하겠다고 하니, 학교 인근의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애초 이 중학교로 진학 예정이던 인근의 아파트 단지에선 학군이 조정되며 더 멀리 있는 학교로 가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조원정/학부모 운영위원장 : (교육청에) 학교를 신설해달라 했더니 8천세대 이상에만 학교가 새로 지어질 수 있다는 얘기만 하는데 행정이라는 게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해야 하는데 자꾸 그 얘기만 하니…]

두 지역의 학생들을 다 수용할 순 없고 어느 한쪽 학생들이 거리가 먼 중학교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양쪽 모두 반발하는 겁니다.

초등학교 4개가 모여 있는 인천 청라신도시의 한 주거밀집지역엔 최근 학교 하나를 더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개교하는 초중등복합학교입니다.

주변 학교들의 학생 과밀화로 새로 짓는 건데요.

학교가 더 생긴다면 보통 반길 만한 소식일 것 같은데 여기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학부모들 간에 갈등 상황이 불거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사정인지 들어보겠습니다.

[인근 학교 학부모 : 초등학교만 따로 짓는 것도 아니고 초중통합학교를 그것도 인천 최초로 짓는 거란 말이죠. 좋을 리가 없죠. 그렇게 미니 학교를 짓는다는 게…저흰 굉장히 반대했어요.]

인천서부교육지원청이 이 학교로 몇몇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보내려고 하자,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습니다.

이 중 한 아파트 단지가 가까운 학교를 지정해달라고 요구하자 기존에 해당 학교를 배정받던 아파트 주민들이 이미 포화 상태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650명 정원으로 만든 학교에 이미 1400명이나 다니고 있어 급식도 3교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새 학교는 서로 못 간다, 기존 학교로 가겠다, 못 받는다, 대립하던 학부모들이 결국 교육청에서 시위를 하다 마주섰습니다.

[아파트들끼리 싸워서 되는 일이 아니고…교육청이 일을 잘못한 거예요 애초에 과밀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주민들끼리 이렇게 싸우게 만드는 거예요]

결국 교육청의 잘못으로 주민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이란 주장.

[학부모 : 원하지 않은 학교를 만들어 놓고 지금 아파트에서 너희 아파트가 가라, 너희 아파트 가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잖아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마다 학교에 갈 학생이 생깁니다.

그 수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학교를 매번 새로 만들 수도 없다 보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런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시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계속 늘어납니다.

사람들이 집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하나가 바로 교육환경인데요.

아파트가 들어설 때마다 기존 학교에 그 부담을 떠넘기거나, 입주민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건 사람을 생각하는 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VJ : 최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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