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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 토론회서 서로 어떻게 부를까

입력 2012-10-02 14:44 수정 2012-10-02 14:44

전·현 직책, 姓·이름 사용 여부 관심
어떤 호칭 쓰느냐 놓고도 고도의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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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직책, 姓·이름 사용 여부 관심
어떤 호칭 쓰느냐 놓고도 고도의 신경전

미국 대선후보 토론회서 서로 어떻게 부를까



미국 대통령 후보의 첫번째 텔레비전 토론회가 3일(한국시간 4일)로 임박하면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서로 어떻게 부를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을 30여일 남겨 두고 오차범위 안에서 지지율 싸움을 벌이는 두 후보가 `최후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TV토론회에서 정책 내용, 표정·억양·제스처 못지않게 호칭 선택을 놓고도 치밀한 전략 아래 고도의 신경전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상대 후보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도 최소 5천만명이 토론회를 지켜볼 것이므로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이름(first name)만 부를 수도 있고 경력이 짧음을 강조하려고 전직만을 사용할 수도 있다.

우선 오바마는 롬니에게 질문을 던질 때 롬니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출신인 점을 고려해 일견 `주지사(the governor)'라고 부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밋(Mitt)'이나 `내 상대(my opponent)'로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대선 후보 첫 토론 대결 당시 오바마는 거의 모든 경우에서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애리조나)을 `존(John)'이라고 이름만 불렀다.

오바마는 "존이 그런 수치를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다. 존, 180억달러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심지어 매케인에 대놓고 "존, 열흘 전 당신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건전하다고 했다"고까지 몰아세웠다.

오바마는 첫 토론에서 매케인 이름만 25번이나 불렀는데 이는 초선 상원의원(일리노이)인 자신과 4선의 매케인(현재 5선)이 대비되는 것을 막으려고 매케인의 의원 경력을 무시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했다.

반면 매케인은 오바마를 `상원의원 오바마(Senator Obama)' `상원의원(the senator)'이라고 불러 대조를 보였다.

공화당의 수석 토론 전문가인 브렛 오더넬은 "그건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칭찬(backhanded compliment)이었다"며 "오바마는 겉으론 친절하고 상대방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주려 했지만 (매케인 이름만 부른 것은) 믿음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너무했다 싶은지 3주 뒤 열린 세번째 토론회에선 매케인을 단 한 번만 `존'이라고 부르고 토론 내내 `상원의원 매케인(Senator McCain)'으로 호칭했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공화)과 존 케리 상원의원(민주) 간의 토론회 때 부시는 케리의 상원 투표 내용을 언급하면서 직책이나 이름, 성 대신 `내 상대'라고만 해 베트남전 영웅으로 인정받았던 케리의 경험과 위상을 교묘하게 희석시키는 전략을 썼다.

부시는 2000년에도 토론회에서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과 붙었을 때 `부통령(the vice president)'으로 호칭하면서도 때때로 `내 상대'로 바꿔 불렀다.

고어는 `주지사 부시(Governor Bush)'라고 했으나 속셈은 부시의 (행정) 경험이 텍사스 주지사밖에 없다는 것을 유권자에게 상기시키는 데 있었다.

그렇다면 롬니는 오바마에게 질문할 때 뭐라 부를까.

오바마가 현직 대통령인 만큼 일단 `대통령님(Mr. President)'이나 `대통령(the president)'이라고 부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오바마라는 성(last name)이 너무 알려졌으니까 이름인 `버락(Barack)'으로 부를지, 아니면 부시처럼 `내 상대'로 호칭할지, 아니면 `Mr. President' `Barack' 'my opponent'를 혼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은 적절한 호칭을 선택해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한다.

1988년 조지 HW 부시(부시 아버지) 공화당 후보는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에 대해 `주지사'라는 직함을 꼭 붙였고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민주)도 조심스러웠지만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에게 `주지사' 호칭을 썼다.

그러나 대본이 없는 토론 대결에선 화를 내며 충돌하는 등 돌발 상황이 늘 발생할 수 있다. 이러면 예의고 존경이고 안중에 없게 된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프라이머리) 때 토론회 사회자가 힐러리 클린턴(현 국무장관) 당시 상원의원에게 오바마에게 더 호감이 간다라고 하자 힐러리는 "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오바마는 퉁명스럽게 "힐러리, 당신도 꽤 호감이 간다. 확실히"라고 응수한 뒤 `상원의원 클린턴(Senator Clinton)'이라고 하지 않았다.

2008년 부통령 후보 토론 대결에선 시작 전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공화)가 조 바이든 상원의원(민주)과 악수하면서 "이봐요(Hey), 조(Joe)라고 불러도 돼요"라고 물었다.

페일린은 토론 대부분에서 `상원의원' 호칭을 썼으나 바이든이 전임 부시 행정부를 비판할 때는 "그렇지 않아요, 조. 또 과거타령 시작이군" 식으로 이름(Joe)만 불렀다.

NYT는 대선 후보들이 토론회 초반에 웃고 악수하는 등 서로 존경과 친근함을 보이다가 수시로 격돌하기도 하지만 노골적인 경멸이나 비난을 퍼붓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도 각 후보 캠프는 하나라도 더 자기네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절묘하게 호칭을 고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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