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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끝나지 않을 이야기…"나는 살아 있다"

입력 2016-12-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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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소녀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뒤편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북카페 입구에는 자그마한 소녀상이 놓여있습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오도카니 앉아있는 소녀는 오가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소녀는 춥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이인양, 동생인양, 살뜰히 마음을 쓰는 사람들. 또래의 소녀들은 두 번의 겨울을 텐트에서 보내며 소녀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슬프지 않았을 것입니다.

"니도 숙이가? 내도 숙이다"

남해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다 일본군에 끌려간 소녀. 박숙이는 자신과 꼭 닮은 소녀상의 손을 잡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인 12월 6일, 숙이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남해 숙이공원에 서 있는 또 한명의 숙이는 여전히 세상과 호흡하며 살아있습니다.

"조선군은 왜군과 싸우지 말라"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칙사였던 담종인이 내린 명령서. 금토패문의 전문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왜군의 계책에 넘어갔던 그는 조선군을 향해 이렇게 명했습니다.

"일본의 각 장수가 모두 갑옷을 풀고 돌아가고자 하니… 조선군이 왜군과 교전하면 처벌할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이 금토패문을 보고 크게 격노하며 장계를 올렸습니다.

"왜는 간사스럽기 짝이 없어 신의를 지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비록 상국인 명나라의 지시였지만 "받들 수 없다"는 거부였습니다.

그리고… 400년이 지나…

"사과는 이미 받았다. 더 이상 시간은 없다" 이제 싸움을 멈추라는 그것도 소녀들의 고국인 우리 정부가 내린 명령서.

'받들 수 없는' 시민들은 1년 전 오늘 밀실에서 진행된 그 10억 엔짜리 합의를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2016년의 마지막 수요집회는 마무리 되었다지만 내년에도, 후년에도, 끝나지 않을 소녀들의 이야기.

남은 사람은 40명 뿐이라지만, 시간은 자꾸만 흐른다지만, 시민들은 싸움을 그치라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오늘(2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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