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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좌익효수'에게 300만원 포상한 법무부

입력 2019-02-11 16:18 수정 2019-02-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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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좌익효수'에게 300만원 포상한 법무부


'죄인은 죄인일 뿐, 문제 많은 사람 문제인…죄인은 부엉바위에서 자폭하라'

'홍어·전라디언들 죽여버려야'

여러분 '좌익효수' 기억하시죠. 18대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진보 성향 정치인들과 특정 지역 주민들에 대한 비하와 인신공격을 일삼았던 문제의 네티즌. 이름도 무서운 '좌익효수'는 이후 국정원 직원 유모씨로 드러나 더욱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정원 직원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정치 관여죄' 등으로 수사도 받았습니다.

 
[취재설명서] '좌익효수'에게 300만원 포상한 법무부


그런데 2013년 이 '좌익효수'가 법무부로부터 상금 300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①네? 누구라구요?

'좌익효수' 유 씨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수사관이었습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씨가 간첩으로 몰려 수사를 받을 때, 유씨 동생 유가려씨를 조사했습니다. 가려 씨는 변호인도 만나지 못한 채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 갇혀 협박과 폭행 속 6개월이나 조사를 받았습니다. 결국 "오빠는 간첩이다"라는 거짓 자백을 토해냈습니다. 가려 씨의 거짓 자백은 검찰이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몰아 재판에 넘길 수 있었던 유일한 직접 근거가 됐습니다.

'좌익효수'는 그 공을 인정받아 2013년 6월 법무부로부터 돈을 받았습니다. '보안유공자 상금'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어긴 사람을 수사기관에 알린 제보자나, 수사를 맡은 사람들 중에 심사를 해서 주는 상입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13년 2월 유우성 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국정원에 상 줄만한 사람들을 정해서 신청하라고 했습니다. 국정원은 7명을 꼽았는데 그 중 한명이 '좌익효수' 유 씨였던 겁니다. 당시 국정원은 상금을 받을만한 사람들을 추천하면서 그 기여도를 판단한 자료를 법무부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6월, 국정원이 정한 명단 속 사람들은 모두 국정원이 정한 액수대로 법무부로부터 상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포상 두 달 전인 그 해 4월 이미 유가려 씨의 폭로 기자회견이 있었다는 겁니다. 국정원 수사관들이 머리를 때리고 발로 차면서 자백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런데도 두달 뒤 가려 씨 조사를 맡았던 수사관이 상금을 받았습니다.

2012년 11월~2013년 4월 국정원과 검찰, 유가려 조사
2013년 2월 검찰, 유우성 기소
2013년 3월 국정원, 보안유공자 상금 신청
2013년 4월 유가려, 국정원 강압조사 폭로 기자회견
2013년 6월 법무부, 보안유공자 상금 지급

 
' 좌익효수' 유 씨는 직접 폭력을 휘두르기보단, 맞고 나온 가려 씨를 앉혀놓고 조서를 받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당시 논란이 된 수사관에 대해 법무부가 상금 지급 대상에서 빼거나, 적어도 지급을 미루고 그 공적을 다시 검토했어야 할 겁니다.

■ ②법대로 했다구요?

그럼 유 씨와 함께 법무부 상금을 받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공을 세웠는지 볼까요.

□ 탈북자단체 김모 대표 : 1600만원

유우성씨 의혹을 처음 국정원에 제보한 건 탈북자단체 대표 김모 씨. 2007년 "입국브로커가 말하길, 화교 유우성이 탈북자로 속이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보위부랑 친하게 지냈다고 하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카더라'를 근거로 2010년 국정원과 경찰은 수사를 벌여봤지만 근거가 부족해 재판까지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유우성 씨에 대한 내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후 여동생이 한국에 들어올 시점에 맞춰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만들어 터뜨린 것이었습니다. 김 씨는 2013년, 6년 전 제보 덕에 법무부 돈 16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탈북자 김모 씨 : 800만원

탈북자 김모 씨는 북한에 살 때 유우성 씨 아버지와 몇개월 동거를 했던 사이입니다. 검찰에서 "유 씨 아버지로부터 유우성씨가 북한 보위부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국정원에 처음 했던 제보는 "연세대에 다니는 유우성이 탈북자가 아니라 화교다. 곧 동생도 한국에 온다더라" 정도였는데, 갈수록 진술에 살이 붙었다고 합니다. 김 씨 전 남편에 따르면 김 씨는 유씨 가족이랑 크게 다투고 동거를 끝냈는데 그때 원한이 쌓였다고 합니다. 늘 "복수할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태연하게 진술했던 김 씨가 재판에 나가는 건 꺼려헀다는 겁니다. 김 씨 전 남편은 취재진에게 "검찰과 달리 법원에서는 선서를 하고 증언을 해야 하는데, 거짓말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씨는 실제로 유우성씨 1심 재판 때 몇차례 불출석했습니다.

2013년 6월은 재판 과정에서 유가려 씨가 강요로 허위 자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탈북자들 진술이 반박되는 등 검찰 공소사실이 무너지던 때였습니다. 그러자 국정원 직원들이 집까지 찾아와서 김 씨에게 법원에 나가 증언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김 씨는 재판에 나가기 싫다고 버텼습니다. 그러자 재판 하루 전엔 법무부가 상금 800만원을 김 씨 계좌로 보냈습니다. 돈을 받은 김 씨는 결국 재판에 나가 검찰 진술을 읊었습니다.

□ 탈북자 석모 씨 : 800만원

탈북자 석모 씨는 검찰에서 "2007년 여름 북한 회령에서 유우성씨를 봤다"고 진술했습니다. 유 씨와 친분도 없던 석씨는 유 씨를 그때 북한에서 본 기억이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그런데 석 씨의 진술은 재판에서 신빙성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해당 시기 찍은 유우성 씨 사진을 변호인이 제시하자 석 씨가 "그렇게 살찐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석 씨는 법정에서 "재판까지 나올 줄 알았으면 진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진은 이미 유우성 씨가 2010년 수사 때 이미 제출했던 것이었습니다. 2007년 여름에 북한으로 건너간 사실이 없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낸 증거였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의 손에는 이 시기에 찍은 유우성씨 얼굴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석 씨에게 이 사진들을 내밀면서 "이 모습을 본 적 있냐" 묻고, 신빙성을 따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겁니다.

□ 탈북자 김모 씨 : 800만원

또 다른 탈북자 김모 씨는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북한의 유우성 아버지 집에서 유우성을 봤다"고 진술하면서 "유우성이 방에서 뭔가를 가지고 나가는 것 같았다"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탈북자들이 이에 반하는 진술들을 했습니다. "유 씨 가족은 2010~2011년 사이 모두 중국으로 이사를 갔다"는 진술, "2012년에 유 씨 아버지를 북한이 아닌 중국에서 봤다"는 진술을 모두 검찰이 확보한 상태였던 겁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 씨 진술만 믿어주고, 다른 진술에 대해선 확인하지도 않은 채 김 씨 진술을 공소장에 담았습니다.

 
[취재설명서] '좌익효수'에게 300만원 포상한 법무부


이런 황당한 진술을 한 사람들은 모두 '국가 보안유공자'란 이름을 얻고 상금을 챙겼습니다. 법무부는 나랏돈을 내주면서 과연 무엇을 검증했던 것일까요.

당시 법무부는 관련 법에 따라 당시 검찰국장을 수장으로 하는 심사위원회를 꾸렸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들 심사위 회의록에는 사실상 국정원이 보내준 자료를 보고 승인하는 수준의 과정만 담겨 있다고 합니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선정한 지급 대상자들의 이름과 기여도를 적어서 법무부에 보냈습니다. 이들의 인적사항 서류와 함께 '공적자술서' 등을 법무부에 넘겼는데 수사 협조 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건 이 공적자술서 뿐이었습니다.

돈을 받게 될 사람이, 직접 쓴 '공적자술서'가, 법무부 심사의 근거였던 겁니다. 국정원은 A가 30%, B가 50% 이 사건에 기여했다면서 액수까지 정해줬는데, 그 근거도 공식적으로 정해진 건 없습니다.

국가보안법 24조 2항엔 '심사위원회는 심의상 필요한 때 관계자의 출석을 요구하거나 조사할 수 있으며, 국가기관 기타 공·사단체에 조회하여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추가 자료를 요청할 수도 있고 필요하면 사람을 불러서 조사할 수도 있었지만 법무부 심사위는 추가 검증을 하지 않았습니다.

 
■ ③제도의 문제라구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재조사를 마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최근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1년 가까이 조사한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은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가 만든 보도자료입니다. 근데 이 보도자료엔 보안유공자 상금 제도와 관련한 개선 권고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상금이 탈북자 진술에 있어 금전적 회유 수단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정도의 짧은 언급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사단에선 김주현 당시 검찰국장은 물론, 당시 상금 심사를 맡았던 법무부 검사들을 아무도 조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사건의 본류인 증거조작 부분을 확인하느라 여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대신 법무부 내부에 남아있는 회의록과 관련 자료를 모두 검토하고 국정원 자료와 대비하는 등 작업을 거쳤다는 겁니다. 또 조사단 관계자는 "심사위원회 소속 검사들이 딱히 잘못했다기보단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 판단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술 또한 증거이며, 엉터리 포상금은 진술 조작의 한 정황입니다. 돈을 받은 탈북자들이 수사기관 입맛에 맞게 내놓은 진술들. 숱한 간첩 조작 사건의 도화선이 됐던, 보다 근본적인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유우성 사건'의 본류가 아닌, 주변적인 문제로 볼 수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국정원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정한 포상자 명단을 그대로 받아들고 나랏돈을 내준 어처구니없는 일이 관행이었는지, 아니면 '유우성 사건'이기 때문이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게 조사단의 임무가 아닐까요. 제도의 문제라고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사위 검사 개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제도 개선을 공식 권고했어야 합니다.

법무부도 이번 조사를 계기로 이 위태로운 상금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안유공자 상금은 수사에 협조한다는 이유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입니다. 재판에 넘기지 못한 '기소유예'는 물론 '공소보류' 사건의 경우에도 수사 협조자들에게 법무부가 돈을 줄 수 있게 돼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별다른 검증없이 국정원 의사대로 돈이 지급돼도 '법대로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수사기관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정도'가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심사위의 검증 권한과 함께 검증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관련 사건이 무죄 확정으로 결론날 경우, 상금을 회수하고 무고 혐의 수사를 검토하는 등 대책이 필요합니다. 나랏돈 수천만원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범죄, 과연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 ④사과하면 된다구요?

과거사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유가려 씨가 변호인 도움 없이 폭력 속에서 조사받는 상황을 방치하고, 국정원의 증거 조작을 사실상 방조했다고 판단됩니다. 유우성 씨가 무죄를 받고 간첩 혐의를 벗자 추가 혐의를 찾아 보복성 기소를 하는가 하면, 증거 조작을 들킨 국정원 관계자들을 봐주기한 정황까지 나왔다는 게 과거사위 결론입니다.

그런데, 과거사위는 이 모든 죄에 대한 책임에 '사과형'을 선고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유우성 남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는 겁니다. 이것 이외에는 사실상 '개선책과 매뉴얼 마련' 수준의 허무한 결론뿐이었습니다.

 
[취재설명서] '좌익효수'에게 300만원 포상한 법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유우성씨를 처벌하는 데에 협조한 핵심 증언자들의 허위 진술이 의도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수사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유우성 아버지로부터 보위부 일을 한다고 들었다"고 한 탈북자 김모씨는 이미 2014년 유우성 씨 변호인단으로부터 '무고 날조죄'로 고소도 당했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기소중지' 처분했습니다. "유우성 아버지가 해외에 있어 김 씨와 대질을 못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유 씨 측에 한 번이라도 아버지를 모셔올 수 있는지 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유씨 측에 묻는 쉬운 방법을 두고, 중국 당국에 형사사법공조요청 공문을 넣은 뒤 회신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접은 겁니다. 더 황당한 건 최근 유씨 아버지는 한국에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아직도 유 씨 아버지를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나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는 공소시효가 남아있어 수사의뢰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2014년 검찰은 자체적으로 당시 수사 검사들이 증거 조작에 얼마나 가담했는지에 대해 수사했지만 임의수사에 그쳤고, 모두 형사처벌을 면했습니다. 물론 이번 재조사를 통해 조사단은 당시 수사 검사들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관계와 많이 달랐다는 것을 새롭게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국가보안법 제12조(무고, 날조)
「①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하여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②범죄수사 또는 정보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이를 보조하는 자 또는 이를 지휘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제1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다만, 그 법정형의 최저가 2년 미만일 때에는 이를 2년으로 한다.」

증거 조작 사건의 주역들은 여전히 검찰 조직 안에서, 대형 로펌에서, 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사 재조사가 수사가 아니었다는 한계가 있었다면, 수사의 영역에서 이어받을 수 있는 것들을 명확히 했어야 할 겁니다. 확인된 과오의 내용과 책임을 뚜렷하게 밝히고, 제도의 개선을 위해 날카로운 대안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이번 과거사위의 결론은 '간첩 조작 사건'이라는 무거운 타이틀에 걸맞지 않습니다. 검찰권 남용으로 생사를 오간 피해자에게, 그냥 '따뜻한 사과' 한마디 건네면 끝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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