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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컨테이너 속 '코리안 드림'…열악한 현실

입력 2016-02-0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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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외국인들이 공항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면서 자칫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상당수, 그러니까 80만 명이 넘는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합법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저마다 코리안드림을 안고 들어오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열악하기만 한데요. 오늘(1일) 밀착카메라는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삶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2일, 충남 아산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화재로 공장 옆 가건물이 모두 불에 탔습니다.

화재가 난 건물입니다.

이렇게 두 개의 가건물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당시 화재 상황 말해주듯 이렇게 문도 구부러져 있는 모습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안에는 아직도 탄 냄새가 나는데요. 밑에 보시면 이렇게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잿더미가 됐습니다.

[우삼열 소장/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 한동안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로 사용돼 왔던 곳입니다. 옷가지뿐만 아니라 소지품도 다 불에 타서 (도움을 청하러 센터를 왔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창고였다고 주장합니다.

[공장 관계자 :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용했던 곳인가요?) 아니에요. 우리도 휴게실로 사용하고요.]

가건물을 숙소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런 곳에서 사는 이주 노동자는 적지 않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영세공장 밀집지역.

밤이 되자, 공장 옆 컨테이너에 하나둘씩 불이 켜집니다.

밖에 빨래가 널려있는 이곳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컨테이너 박스입니다.

안쪽에 들어보시면 좁은 공간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요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방 주변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그을음이 있고요, 거미줄도 쳐있습니다. 한쪽에는 굉장히 더러운 작업복도 걸려 있습니다.

안쪽에는 작은 공간에 침대 매트리스와 잘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태국 : 나는 옆에서 일해요. 다 같이 (살아요.) 세 명.]

외부에 설치된 화장실은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더럽습니다.

또 다른 컨테이너.

이곳에서는 이주노동자 부부와 아이가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3년 만에 손가락을 다쳐 월급은 반으로 줄었습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스리랑카 : 기계가 돌아갔어요. 손가락 3개 안 돼요. 힘없어요. (월급은) 지금은 많이 안 받아요, 90만원요.]

화장실 문조차 없는 숙소에서 지내면서, 기숙사비로 매달 30만원을 낸 경우도 있었습니다.

[안대환 대표/한국이주노동재단 : 이런 데다 가스통이라든지 전기에서 불이 나면 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주거형태가) 아주 많이 있죠, 비일비재합니다.]

산두 씨는 2년 전, 공장에서 일하던 중 철근에 맞아 얼굴 뼈가 부서졌습니다.

[산두/외국인 이주노동자 : 다 수술했어요. 얼굴 다. 안에 쇠만 있어요, 뼈 없어요. 옛날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 사고로 미각과 후각, 한쪽 시력마저 잃었지만, 후유증은 산업재해로 처리되지 않아 당장 병원비가 걱정입니다.

이곳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이곳에서 50명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생활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많을 때는 거실 바닥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쪽에는 방도 있는데, 안을 살짝 보시면 좁은 방에서는 10명이 함께 생활한다고 합니다.

[조정자 상담팀장/한국이주노동재단 : 여기 와서 먹고 자고 여기서 생활하고 일자리를 구하면 그때 나가는 공간이에요.]

고용허가제법을 통해 우리나라에 있는 산업인력은 현재 88만명.

법이 도입된 지는 13년이 지났지만, 이들을 위한 법률적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조영관/변호사 : (고용허가제법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인간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아요. 해결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100만명에 이릅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를 찾은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제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코리안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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