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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요초'…대한민국은 요망한 풀과의 전쟁

입력 2015-01-0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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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JTBC 뉴스룸 2부 시작하겠습니다.

'요초', '요망한 풀'이란 뜻입니다. 오늘(8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입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오늘로 한 주가 지났습니다. 성공들 하셨습니까?

올해엔 사뭇 '결기'가 달랐던 금연 결심자들, 많았지요.

그러나 이번엔 반드시 끊겠다, 다짐했던 이들의 결기도…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한 두 갑씩 쟁여뒀던 재고담배도. 이제 슬슬 바닥 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작심삼일, 혹은 인내의 한계치에 도달한 분들을 위한 위로의 앵커브리핑입니다.

1638년 인조실록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오래 피운 자가 백해무익한 것을 알고 끊으려 해도 끊지 못하니 사람들이 요망한 풀, 즉 요초라 일컬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요초' 이 요망한 풀과의 전쟁에 돌입한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취업사이트 채용란에 '흡연자는 안 뽑는다'는 항목이 논란이 됐더군요. 식당, 커피점. 피시방 모두 금연구역이 됐고 금연거리도 넓어졌습니다.

그 옛날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듯 단속반과 흡연자가 쫓고 쫓기는 웃지못할 풍경까지 보입니다.

그러나 "더러워서 끊겠다"고 했던 이른바 '담뱃세 투항파'들도 불만은 많습니다. 흡연이 불법은 아닐진대, 담배가 죄악시되는 사회 분위기엔 할 말이 있다는 것이지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을 통해 색다른 금연법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3주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타인에게 화풀이하며,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먹기.

사흘 휴가도 눈치 보일 직장인들 입장에선 꿈도 못 꿀 금연법이군요. 3주간 나쁜 남자가 돼야 할 정도로 힘들고 고된 것이 금연이라는 의미일 겁니다.

그리고 희곡작가 윌리엄 사로얀은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담배 자체보다는 담배 피우고 싶게 만드는 상황이 암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사실 이게 좀 힘든 얘기이긴 합니다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도 하나의 권리입니다. 게다가 불과 열흘 전보다 2천원이나 더 주고 사서 피우는데 왜 세상은 나에게 이런저런 눈치를 주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위로 겸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앞서 인조실록에서 요망한 풀이라 칭했던 담배. 요초는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있는 요초의 뜻은 '기이하고 아리따운 풀'이었습니다.

그래도 만일 제가 여러분이라면, 이 담배.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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