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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허술한 '국경'…밀입국 비상구, 제주도 '비상'

입력 2016-02-01 22:07 수정 2016-02-0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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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공항에서 잇따라 밀입국 사건이 벌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뒤늦게 나서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고 있지만 사실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한 조직적인 밀입국과 불법체류의 문제가 정말로 심각한 곳은 인천공항이 아니라 제주도입니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에 관광객으로 왔던 베트남인 수십 명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도 있었지요. 오늘(1일) 탐사플러스는 제주로 쏟아져 들어오는,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없어 보이는 밀입국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여행용 가방을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들. 주변을 살피다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단체 관광객 일행에서 이탈한 베트남 사람들입니다.

[호텔 관계자 : 하룻밤도 안 있고,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어요.) 무리지어 나간 건 없었어요.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나간 거 같아요.]

이들이 무비자로 제주 공항에 도착한 건 지난 12일. 그런데 이 중 59명이 하루 만에 호텔에서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이 20, 30대인 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숙소에서 35km 정도 떨어진 제주 한림읍의 한 농공단지입니다.

3명은 한 식품제조공장에서 일을 하다 붙잡혔습니다. 도착 하루 만에 취업을 한 겁니다. 미리 일자리가 결정이 된 상태에서 밀입국했던 겁니다.

[고용 식품업체 : 찍지 마시고 가세요. 할 말 없습니다. 우리도 피해자입니다. 저도 모릅니다.]

일부는 추적을 피해 은신해 있기도 했습니다.

이탈자 10여명은 숙소 근처 다른 숙박업소 곳곳에 숨어있다 수색 중이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붙잡혔습니다.

한국말을 하는 남성이 데리고 왔는데, 숙박비만 내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모텔 주인 : 베트남 분이래요. 방 하나만 달라고. 원래 호실 하나에 네 명이 잘 크기는 아니거든요. 딱해 보여서 (방을 줬죠.)]

검거된 이들은 취업을 위해 베트남에서 밀입국을 주선한 알선책에게 1만 500달러씩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 출입국관리소 관계자 : 돈을 줬다는 건 오기 전에 다 모집을 한 거 아닙니까. 오게 한 상태에서 한국에 가면 취업을 시켜주겠다고.]

제주도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겁니다.

제주도는 2006년부터 중국과 베트남 등 192개국 외국인들이 비자 없이 30일까지 머무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무단 이탈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국 여행사 측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여행사 관계자 : 저희는 놀러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가 뭘 어떻게 잡아요. 도망가는 사람을 어떻게 잡아.]

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단체 여행 도중 이탈 신고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여행 일정 도중 갑자기 사라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호텔 관계자 : 여행사에서 방을 미리 예약해요. 열 개 쓴다, 스무 개 쓴다. 예약을 했다가 밤사이에 두세 명이 사라지잖아요. 그러면 방을 빼요. 줄여요. 브로커가 싣고 가버리는 거죠.]

더 큰 문제는 무단 이탈한 이들이 제주도를 벗어나 내륙으로 밀입국을 한다는 겁니다.

행방이 묘연한 이탈자들의 경우, 불법으로 제주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밀항을 위한 준비는 점점 치밀해지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택배 차량 뒤에 숨어 육지로 가려던 중국인 5명이 붙잡혔고,

[한 사람씩 내려와. 천천히.]

어선으로 밀입국하려던 일행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민 : 무비자로 오면 2000만원 정도 주면 육지로 갈 수 있어요. 어선 같은 거 태워주고. 밀항이죠.]

지난해 5월, 완도항 여객터미널. 승합차 위 루프박스에서 중국인 두 명이 발견됐습니다.

숨구멍만 뚫어 누운 채 제주에서 완도까지 여객선을 통해 몰래 건너온 겁니다.

프랑스 칼레에서 영국으로 밀입국 단속을 하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소형 보트와 어선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제주 출입국관리소 관계자 : 어선이 수백 척 있습니다. 지금 사실상 오리무중입니다. 이동 반경이 넓고 이러니까 어디로 가는지 (모르죠.)]

지난해 무사증으로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63만여 명. 제주도 전체 인구와 맞먹습니다.

또 사증 없이 제주에 들어와 불법 체류한 외국인은 4천300여 명으로 4년 새 15배나 늘었습니다.

그러나 단속 인원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불법이) 하도 많으니까 제보 없는 한은 (힘들죠.) 없어졌는데 이삭줍기식으로 거둬들일 것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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