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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중증장애인 지원 축소"…갈등의 화성

입력 2020-07-23 21:11 수정 2020-07-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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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증 장애인들의 생활을 보조인이 도와주는 활동 보조 서비스라는 게 있습니다. 화성시에선 하루 24시간 지원해주는 걸로 해왔는데 그 시간을 좀 줄이고 대신, 지원 대상을 경증 장애인들 까지로 넓히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보조인 없인 꼼짝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에겐 날벼락 같은 얘기입니다. 결국 화성시가 일단은 계획을 좀 미루겠다고 해놓은 상태지만 "가족이 돌보지 않고 나라가 해주는 게 맞냐"라는 화성시장의 말 한마디는 더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차들도 빠져나간 깜깜한 밤, 화성시청 앞입니다.

청사 2층에 희미하게 불빛이 켜져 있습니다.

이부자리와 휠체어가 보입니다.

바닥에 얇은 매트만 깔고 누워 있습니다.

어떤 분은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휴대전화를 보기도 하는데요.

지금이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각입니다.

전부 합쳐 여섯 분 정도가 오지 않는 잠을 자려고 뒤척이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밤샘 농성을 하고 있는 이곳은 시장실 앞입니다.

[강복례/화성동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 이렇게 지키고 있는데도 안 오는데 여기 안 지키면 더 우리를 알아주지 않을 것 아니에요.]

벌써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낮에는 피켓을 보여주며 서 있거나, 시장과의 면담을 한없이 기다릴 뿐입니다.

간단히 끼니도 때웁니다.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먹는 뇌병변 1급 승현 씨,

[김치 더 달라고요?]

[김병주/활동보조사 : (혼자서) 아무것도 안 되시죠. 그나마 휠체어에 앉아 계실 때 왼손만 조금 움직이세요.]

승현 씨가 여기서 농성을 하게 된 것은 활동보조사인 병주 씨가 도와주는 시간이 줄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김승현/뇌병변 1급 : 힘들어요. 서철모 당장 왜 모르겠어요. 장애인 모두.]

활동보조시간이 줄어들면 왜 문제인 것일까.

취재진은 승현 씨의 하루를 따라가보기로 했습니다.

휴대전화로 대화도 하고 노래도 들으며 지내는 승현 씨, 잘 지내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위급 상황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합니다.

[김병주/활동보호사 : 중간에 이제 경기가 오거나 해서 (119에) 전화를 걸어도 문제는 승현 씨는 말을 못 하시잖아요? 말을 전혀 못 하시니까.]

이불 덮고 양말 신는 것을 넘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유일한 도움인 것입니다.

[김승현/뇌병변 1급 : (활동보조사 선생님이랑 뭘 하실 때가 제일 좋으세요?) 모두. (혼자서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으세요?) 모두 없어요.]

하지만 시의 혁신안에 따르면, 승현 씨는 한 달에 8일 정도를 혼자 있어야 합니다.

화성시는 활동보조서비스를 경증장애인까지 늘려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에 중증장애인에게 지원되던 서비스 시간이 일부 줄어듭니다.

놀란 중증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시청으로 달려왔지만, 시청은 올라오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 작동을 멈춰버렸습니다.

가족이 있으면 가족이 돌보는 게 맞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서철모/화성시장 (지난 13일) : 가족이 있는데 가족이 가족을 안 돌보고 그걸 국가에서 많게는 1인당 1억씩 지원해주는 이걸 하는 게 과연 맞나.]

이 말이 결국 장애인들을 농성장까지 오게 한 것입니다.

[김미애/진우 군 어머니 : 그게 정말 화가 났던 거죠. 당신 아들을 가족들이 감당하라는 그 말을 왜 하냐는 거지. 지금 이 활동보조제도가 가족의 부담 덜어주려고 생겼는데…]

진우 군 어머니 미애 씨도 분노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어릴 때 혼자 서기도 했던 진우는 혼자 몸을 못 가눈지 10년이 됐습니다.

미애 씨는 올해 마흔아홉입니다.

[김미애/진우 군 어머니 : 제일 궁금한 건 우리 나이 또래 되면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지낼까. 친구 만나러 갈 시간도 없어요, 사실은. 제 삶을 포기하고 살아요.]

파트타임 일까지 하며 살림에 보태는 데도, 아들 휠체어 새로 살 돈도 없습니다.

[김미애/진우 군 어머니 : 아동도 독거여야만 최고 (활동보조) 시간을 주겠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시에다 전화를 해봤죠. 근데 '부모가 있으니까 담당했으면 좋겠다' 그러더라고요. 제가 그 말까지 했어요. 자살하면 그 땐 법을 바꾸려냐고.]

서철모 화성시장은 의견 수렴 과정이 충분히 없었다는 것에 대해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발언에 대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서철모/화성시장 : 그렇게 해서 상처받은 분들에게는 제가 사과를 했잖아요. 근데 행정을 하다 보면 가치대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니까요.]

취재가 시작되자 혁신안을 유보하기로는 했지만, 차등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정기열/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 수많은 장애인이 죽어가면서 생긴 제도예요. 사각지대에서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죽어가지 않았을 사람들이. 시장님은 항상 예산 문제로 생각했지. 우리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건데…]

오늘(23일)도 이분들은 차가운 바닥 위에서 잠을 자야 합니다.

합의는 됐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분들의 마음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VJ : 박선권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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