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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6년의 그리움…딸 곁에 간 혜진이 아버지

입력 2014-03-0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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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07년 납치, 살해당한 초등학생 혜진, 예슬 양 사건 기억하실 텐데요, 딸을 잊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던 혜진 양의 아버지가 얼마 전에 심장마비로 숨졌죠?

딸을 잃은 6년여의 시간, 직장도 그만 두고 술로만 보냈다고 하는데요, 오늘(6일)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4일, 안양 초등생 유괴·살인사건의 피해자 이혜진 양의 아버지, 고 이창근 씨가 그리워하던 딸의 곁으로 떠났습니다.

어린 딸을 잃은 고통에 결국 죽음에 까지 이른 것입니다.

[이요순/고 이혜진 양 외삼촌 : 크리스마스이브 날에는 (딸이 그리워서) 환장을 하는 거지, (딸에게 주려고 산) 그 인형을 끌어안고 울고….]

2007년 12월 25일, 동네 친구 예슬이와 함께 부모님 선물을 사러나간 혜진 양은 수일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웃집에 살던 당시 39살 정성현이 초등학생인 우예슬, 이혜진 양을 납치, 살인 한 것입니다.

80여 일이 지난 후에야 혜진 양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부모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고 이혜진 양 어머니 : 아저씨 잡혔어, 우리 딸 가기 전에 잡혔어, 엄마가 미안해, 다른 나라에서 엄마 지켜줘, 미안해.]

[공정식 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그날 이후 피해자 유가족들은 똑같이 살해를 당한 것과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내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생기게 되고 일상생활을 모두 접어버린 상태에서 (죄책감에) 몰입하다 보니까 경제적인 어려움은 당연하고 충격을 받은 트라우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는 거죠. 방치해두는 거죠.]

혜진 양이 세상을 떠난 후 남은 가족들에겐 고통의 나날이 시작됐습니다.

작년 6월 방송된 JTBC 탐사프로그램에서 고 이창근 씨의 생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웃 주민 : 아주 폐인이 됐어, 아주 사람이 아니야 뼈다귀하고 가죽만 남았어, 그 일(딸이 죽은 일)이 있고 나서 술만 먹고 살아. 지금 봐도 사람이 아니야.]

인쇄소 일도 그만 둔 채 어딘가 아픈 듯 야윈 모습입니다.

딸을 떠나보내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이 변한 듯 했습니다.

당시 취재진은 고 이창근 씨가 염려스러운 마음에 혜진 양의 어머니에게 남편의 치료를 권유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웃 주민들 역시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혜진 양의 아버지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8개월 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고 이창석 씨.

끝내 자식을 가슴 속에 묻지도 못하고 마지막까지 그리워했습니다.

[유가족의 지인 : 귀염둥이로 키워서, 자기 아버지한테 하루에 전화를 12번도 더하던, 그렇게 재롱떨던 아이가 그렇게 되었으니까 (심정이 어떻겠어.)]

[유가족의 지인 : 자식은 가슴에 묻지만, 가슴에 못 묻어서 (아버지가) 그런 건데 (가족 모두를) 망가뜨렸잖아. 한 사람을 또 죽였잖아, 또.]

끔찍한 범죄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은 시간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혜진 양 가족에게 지급한 위로금은 1000만원.

범죄 피해자 보호 기금법이 2011년부터 시행됐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정식 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가해자를 처우하는 비용은 3조원 정도 된다고 하는데 피해자를 지원하는 금액은 전체 다 해서 600억정도 밖에 안 돼요. 이 격차가 너무 큰 거죠. 지금의 액수보다도 열배 이상 최소한 늘려야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이 가능한 것이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 책임이다, 이런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직접) 찾아오게 하지 마세요. (정부가 피해자에게) 찾아가야 합니다.]

교도소 수감비용에 비하면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해 책정된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은 모두 662억원. 이 중 474억원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 지원에 쓰이고, 나머지 100억여원 정도가 강력범죄 피해자 지원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것 또한 피해자가 신청을 해야만 지원됩니다.

피해자 보호대책 계획 전반을 수립하는 피해자 보호 위원회는 2010년 이후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에는 아무런 지원도, 관심도 없는 사이, 혜진 양의 아버지는 끔찍한 범죄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고 이혜진 양 어머니 : 또 올게, 또 올게… 아빠하고 잘 지내고 있어.]

고 이창근 씨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막내딸 혜진 양의 곁에 잠들었습니다.

범죄 피해자 가족들의 끝나지 않은 고통, 오늘도 그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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