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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00채 전세금 떼먹고도 또 샀다…'빌라왕' 법인으로 꼼수

입력 2021-09-28 20:15 수정 2021-09-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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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적보도 훅입니다. 빌라 수백 채의 보증금을 떼먹고, 빌라왕으로 불리던 사람이 버젓이 빌라를 또 사서 세를 놓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본인 명의로 사면 압류가 들어올까봐, 법인을 통해 사는 꼼수를 쓴 겁니다. 뒤늦게, 집주인의 정체를 알았지만, 세입자들은 전세보험 조차 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아람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사회초년생인 이모 씨는 2년 전 서울 은평구 빌라를 전세로 얻었습니다.

7천만 원을 대출받아 전세보증금 1억원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빌라가 가압류됐습니다.

집주인은 지난해 기준 약 600채의 빌라를 보유해 일명 '빌라왕'이라 불리던 진모 씨, 진씨가 떼먹은 보증금 358억 원입니다.

전세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의 보증금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돌려줬습니다.

대신 보증공사는 진씨 소유의 집 대부분에 가압류를 걸었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에 들지 않은 세입자들은 집이 팔려도 보증금을 받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모 씨/세입자 : 빚이 아예 없던 사람이 몇천만 원의 빚을 갚는다는 거 자체가 청천벽력뿐만 아니라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내가 왜 쓰지도 않은 돈을 왜 갚아야 되는 거지…]

진씨를 집주인으로 둔 신혼부부 박모 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박모 씨/세입자 : 저는 가압류라는 말도 처음 들어봤어요, 태어나서. 저희 집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그때 임신 중이었는데 너무 놀라서…]

그런데 전세금을 떼어먹고 사라졌던 '빌라왕' 진씨가 지난해부터 다시 빌라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인 이름으로 사면 가압류가 들어올까봐 법인 명의로 사들이는 '꼼수'를 썼습니다.

2017년 만들어놓은 법인인데, 진씨가 대표입니다.

진씨가 사들여 전세를 놓은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랍니다.

방 2개짜리 집이라 세입자 가운데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많습니다.

진씨는 강서구 화곡동 말고도 동대문구 장안동 등에 총 4채의 빌라를 사들였습니다.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진씨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김건우/법인 명의 빌라 세입자 : (진OO 씨 거라는 거 알고 계셨어요?) 아니요, 몰랐어요. (지금 아신 거예요? ) 네, 지금 알았어요.]

[김건우/법인 명의 빌라 세입자 : 오늘 진OO이라는 분이 집주인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너무 불안하고 당황스러운 그런 마음입니다.]

다행히 집이 진씨에게 넘어가기 전 전세보험에 든 세입자도 있지만, 넘어간 뒤에 들어온 세입자는 보험에 들기 어렵습니다.

진씨가 보증공사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진씨 집의 세입자가 보험 가입을 신청하면 보증공사가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진씨가 계속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8월 정부는 보증금을 떼먹는 집주인들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본인 명의만 말소할 수 있고, 법인 명의는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습니다.

[김서환/전세사기 피해자 :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매매가가 워낙 폭등했잖아요. 웬만하면 전세 대출받아서 대부분 전세로 시작할 텐데 이런 사기꾼들이 많으면 당할 수밖에 없어요.]

진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 취재진이 진씨의 자택 주소지에 찾아가고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습니다.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 (진씨가) 법인을 통해서 집을 구비를 하고 있는데요, 집을 판 사람들도 일종의 나쁜 임대사업자들입니다.]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리고 그 사람들도 법인 명의 집을 구입하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어서 제도를 빨리 보완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가 나올 수 있다…]

세입자가 계약하기 전에 전세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집인지 알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세입자가 계약을 하기 전엔 개인정보를 이유로 집주인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를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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