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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브리핑] '한지붕' 그리스와 유로존, 찢어질까

입력 2015-07-06 21:34 수정 2015-07-0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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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리스 사태는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앞서 리포트로 보신 것처럼 당장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향후 이번 사태가 어떻게 풀려나갈지에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신예리 국제부장과 함께 데스크 브리핑 코너를 통해 이 문제, 좀 더 알기 쉽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 부장, 먼저 이번 투표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반대가 많았다, 60% 이상이 반대 의견을 나타낸 건데, 이건 어떻게 봐야 되겠습니까? 당초에는 좀 박빙으로 얘기가 나왔었는데.

[기자]

네. 제가 지난주 뉴스룸에 출연해서 이번 그리스 국민투표는 '분노와 공포 사이의 싸움이다'라고 말씀드렸던 것, 기억하시죠.

이번에 압도적인 표차로 반대가 나온 것은 지난 5년간 구제금융의 대가로 긴축을 요구한 채권단에 대해 분노의 민심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같은 분노가 유로존 탈퇴, 즉 그렉시트에 대한 공포를 이긴 것이냐. 꼭 그렇게 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투표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치프라스 총리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그리스 국민들은 추가 긴축안은 싫다, 반대한다, 하지만 그렉시트도 하지 않겠다, 즉 유로존에 남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채권단에 추가 긴축조치 없이 좀 더 도와달라는 주문을 한 셈입니다.

[앵커]

채권단 입장에서는, 채권국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이 상황에서는. 상당히 좀 난감한 입장이 된 건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건 우리는 못할 일이다, 그 대신 남아 있을 테니까 빚을 깎아 달라, 그런 이야기가 되는데. 사실 각국, 그러니까 예를 들어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데는 자국 국민들의 여론도 생각해 봐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일단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 2010년 그리스처럼 심각한 경제난을 겪은 아일랜드의 경우 뼈를 깎는 긴축조치를 수용해 위기를 극복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에는 이에 맞지 않게 긴축조치를 더 하지 않고 자금을 더 지원해 준다, 이런 안을 아일랜드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겁니다.

거기다 그리스가 지난번에 제가 공공부문이 비대해서, 공무원들을 많이 뽑아서 이 사람들에 대한 급여나 연금을 주느라고 휘청거렸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이처럼 그리스는 유럽에서 가장 후한 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깎였다지만 위기 이전 그리스 연금 수령액은 은퇴 직전 소득의 95%에 달해 대략 절반 수준인 독일이나 프랑스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이렇게 자기들보다 연금을 많이 받는 그리스를 위해서 돈을 더 대 줘야 한다는 것을 독일이나 프랑스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거죠.

[앵커]

그래서 독일 메르켈 총리 같은 경우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진 것 같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왜 우리 돈을 갖다 퍼부어 줘야 되냐, 이런 입장일 테니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독일은 그리스에 돈을 가장 많이 빌려준 국가입니다.

그리스가 배째라 식으로 나오면 가장 돈을 많이 떼일 수밖에 없어 민심이 흉흉합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선뜻 그리스의 협상 요구에 응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버리는 것도 반길 처지가 아닙니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리고 드라크마라는 자체 통화를 부활시킬 경우 극심한 물가 상승과 줄도산 등을 겪을 텐데, 그럴 경우 빚을 돌려받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한마디로 메르켈 총리는 사면초가 상태에 놓인 셈입니다.

[앵커]

사실 그리스 시민들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한 측면이 클 것 같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화폐 가치가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묶어 유로존을 형성해서 나갔을 때, 자국의 화폐통화정책도 못 쓰는 것이고, 그리스로서는 처음에는 좋았을지 모르겠으나 갈수록 어려워지게 되는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도 없고, 있자니 괴롭고 또 이런 상황 아니겠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유로존이라는 게 형편이 다른 국가들을 유로라는 단일 통화로 묶어 놓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재정통합은 하지 않은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데요.

예컨대 미국의 캘리포니아가 부도를 맞는다면 연방 정부가 도와주겠죠.

하지만 유로존은 그리스처럼 한 나라가 재정 위기에 빠져도 다른 가입국들에 지원을 강제할 수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빠져나가서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걸 마냥 두고 볼 것인가, 다른 유럽국가들이. 또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스는 서양 철학과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즉 유럽 문명의 뿌리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스가 빠진 유로존은 그만큼 유럽 통합이라는 의미가 퇴색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따라서 앞으로 협상 과정을 통해 부채를 조정해주고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더 커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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