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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곳에서 언론은 흉기가 되지 않았다'

입력 2018-07-10 21:47 수정 2018-07-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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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구조 당국이 이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으나 우리는 끝까지 이곳에서 생생한 현장을 보도해드리겠습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 나가 있던 어느 언론사의 중계차는 그렇게 현장을 지켰다는 전설과 같은 얘기…

물론 여기서의 전설은 그리 자랑스러운 전설은 아닙니다.

그렇게 삼풍을 취재하기 시작한 언론은 구조작업 내내 속보 전쟁을 벌였고, 매일 사망자 숫자 세기에 급급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언론의 행태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너무 자조적으로 얘기한 것일까요?

그러나 언론이 재난의 현장에서 오히려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던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같은 해였던 1995년의 고베 대지진.

정초의 새벽에 들이닥친 대 재난 속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베의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침착했고 우리는 시민들만 침착했던 것이 아니라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도 매우 신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그 엄청난 재난 속에서도 필요 이상의 처참한 장면을 보도하는 데에 조심스러워했고, 재난이 지나간 이후에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앞장섰습니다.

"구조작업과 관련 없는 사람들은 즉시 동굴 주변에서 떠나 달라"

태국 당국은 동굴 주변에 있던 1000여 명의 취재진에게 요청했습니다.

당국은 구조작업의 진행 과정은 상세히 밝혔지만 누가 먼저 구조되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않은 가족들의 마음을 보듬고자 하는 조처였다고 하는데…

기자들 역시, 언론의 본능, 즉 취재의 욕심을 접고 그 요구에 순순히 응했던 모양입니다.

그들 모두는 기다리는 이들의 애타는 마음을 읽어내고 있었고.

재난현장을 함부로 예측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차분하게 진행되는 구조작업 속에서 씩씩한 소년들은 한 명, 또 한 명.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돌아왔다는 것이 방금 전해진 소식입니다.
 

구조작업과 관련 없는 사람들은 즉시 현장에서 떠나 달라.


그리고 이 말은 20여 년 전 삼풍백화점의 현장에서도 똑같이 나왔던 요구였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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