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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언론이 키운 '박항서 감독' 가짜뉴스

입력 2018-02-01 22:02 수정 2018-02-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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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U-23 아시안컵에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 우리 국민에게도 큰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박 감독이 느닷없이 국내 가짜뉴스에 등장했습니다. 본인이 하지도 않은 말들이 언론 보도에 무분별하게 인용됐는데 그 시작은 한 네티즌의 장난글이었습니다.

오대영 기자, 어떤 내용이죠?

[기자]

이건 오늘자 신문 칼럼을 먼저 보겠습니다.

제목은 < 박항서 감독의 교훈 > 입니다.

"'훈련이 힘들면 스스로 나가면 된다'라고 말하며 '오직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며 훈련에 임하자'고 강조했다"

힘든 훈련에 반발하던 베트남 선수들이 이 말을 듣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앵커]

이 내용만 놓고 보면 박 감독한테 그렇게 나쁜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본인이 한 말이 아닌데 이렇게 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이번에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 지난 1월 23일자 게시글을 보겠습니다.

박 감독이 훈련을 줄여달라는 선수들에게 "겨우 그 정도가 힘들면 축구선수 하지 말고 다른 걸 해라…힘들면 가슴에 붙어 있는 금성홍기, 그러니까 베트남 국기만 생각해라…"

글쓴이는 이런 내용을 베트남 언론이 지난해 11월 25일에 보도했다고 근거로 적기도 했습니다.

[앵커]

저 칼럼하고 전체적인 내용이 좀 비슷하군요.

[기자]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인용한 베트남 언론의 11월 보도는 실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네티즌의 이 글을 그대로 옮기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박항서 감독 측에 연락해봤습니다.

[이동준/박항서 감독 매니지먼트 대표 : 미화가 됐네요, 많이. 11월 경에는 우선 저희가 (대표 팀) 차출을 안 했습니다. 정확히 12월 1일 날 저희가 소집을 했기 때문에 시기상 맞지 않습니다.]

[앵커]

결국에는 한 네티즌이 게시판에 쓴 글을 언론이 확인도 없이 그냥 인용을 했고 결과적으로 더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은거죠.

[기자]

네. 한 방송사 뉴스의 클로징 멘트에도 등장했습니다.

앵커는 "이 정도 갖고 훈련 힘들다고 하면 차라리 축구선수 그만두라고 정신교육 시켰다고 합니다"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다른 매체들도 "반항하던 선수들 눈물 쏟게 만든 박항서", "베트남 선수 울린 일화"라고 보도를 했습니다.

현재 이를 정정한 곳도 있고, 삭제한 곳도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이런 내용이 담긴 영상이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

[앵커]

출처가 어디이고,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것이 아닙니까?

[기자]

이번 경우는 박 감독에게 피해가 갈 내용은 아니어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쁜 의도였다면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처음 글을 쓴 네티즌은 닷새만에 "거짓이었다"고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사실 확인을 안 한 언론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가짜뉴스가 문제가 됐던 외국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직원의 가짜 트위터 계정을 인용해서 보도했는데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해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영국의 주요 매체들은 "미국 NASA 외계인 접촉 곧 발표"라는 보도를 했습니다.

가짜뉴스에 속은 것입니다.

[앵커]

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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