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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케이블방송에도 호갱님 즐비"…방통위, 씨앤앰 조사 착수

입력 2014-09-17 23:37 수정 2014-09-1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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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케이블방송에도 호갱님 즐비"…방통위, 씨앤앰 조사 착수


최근 등장한 '호갱님(호구+고객님)'이란 신조어. 어수룩한 고객이 바가지 쓰는 걸 뜻한다. 통신업계에서 나온 말인데, 케이블TV 방송에도 호갱님이 수두룩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씨앤앰(C&M)-티브로드 케이블TV 공동대책위가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실에 제출한 문건에 상세히 담겼다. 문건의 핵심은 수도권 최대 케이블사업자인 씨앤앰이 다양한 방법으로 가입자를 차별하고, 가입자 수를 뻥튀기해 매각을 앞두고 몸값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이다.

"같은 동네, 같은 상품이라도 요금은 천차만별"
"아파트보다 단독주택 거주자가 차별 많이 받아"
"민원 제기하면 뒤늦게 요금 할인도"

한 예로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씨는 160여 개 채널이 나오는 디지털케이블을 월 2만 원을 지불한다. 하지만 김 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박모씨는 같은 상품인데도 월 5천 원만 낸다. 문건에 따르면 똑같은 상품임에도 최대 6배까지 요금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대개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초창기에 가입한 사람일수록 제값을 지불하고, 나중에 가입한 사람은 큰 폭의 할인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요금이 비싸다고 항의할 경우에는 특별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상품인데도 누구는 비싸게, 누구는 싸게 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관련 신고를 접수한 방통위는 최근 조사관들을 씨앤앰에 급파해 이용자 차별 여부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 이 같은 차별은 방송법상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취재수첩] "케이블방송에도 호갱님 즐비"…방통위, 씨앤앰 조사 착수


대책위, "가입자 뻥튀기로 매각 몸값 부풀렸다" 주장

문건에는 씨앤앰의 가입자 245만 명 중 약 10% 남짓인 28만 명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가입자'라는 주장도 담겼다. 대책위는 "씨앤앰이 매각을 앞두고 가입자 뻥튀기를 통해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가 하면 가입자 매출을 바탕으로 지급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실제보다 과다 지급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서울 지역 케이블 가입자는 1명당 약 100만 원의 가치로 평가돼 논란이 된 28만 명의 매각 가치는 약 2,800억 원이다. 만약 문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2조 원 대로 알려진 씨앤앰 매각 금액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방법으로 뻥튀기, 아파트 단체 가입자 요금 대납도"

대책위가 주장하는 뻥튀기 유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아파트 단체계약을 통해 약 11만 명의 허위 유령 가입자를 유치했다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서울 지역 아파트 단체가입자 17만 명 중에 정상 가입자는 6만 명이고, 나머지 11만 명은 가입이 조작됐다고 밝혔다. 한 예로 서울 마포구 염리동 상록아파트의 경우, 전체 678세대 중 약 300세대가 이 같은 유령 가입자로 보인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상록아파트의 거주자 중 대다수는 자신이 가입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통화에서 "우리 아파트와 씨앤앰은 공청망 유지 계약을 한 것뿐이지, 주민들을 가입자로 만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준 돈을 되돌려 받아 정상 가입자로 위장"
"공짜 방송 손해는 홈쇼핑 6개 채널 송출 수수료로 충당"

씨앤앰과 아파트 간에 돈이 오간 정황도 포착됐다. 이들이 맺은 공청망 보수 계약서에는 "씨앤앰은 상록아파트에 매달 공동 전기료 명목으로 25만 원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아파트는 이 중 15만 원을 공청망 보수 비용 명목으로 매달 씨앤앰에 입금했다. 300세대의 케이블방송 요금이 고작 15만 원(1가구당 500원 꼴)인데, 이 비용마저도 씨앤앰이 대납해온 의혹이 발생하는 대목이다. 공짜 방송을 제공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홍보비나 전기료 명목으로 아파트에 돈을 준 뒤 돌려받으면 외견상 정상 가입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공짜 방송을 제공해도, 홈쇼핑에서 받는 송출수수료가 더 많으니 결과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씨앤앰이 지난해 6개 홈쇼핑에 황금 채널번호를 주고받은 송출수수료는 1,192억 원이다.

"해지한 가입자 정보 남겨, 전산 상으로 가입 유지"

이미 해지한 가입자를 정상 가입자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산 상으로 요금을 '0원'으로 조정한 뒤, 가입자 본인도 모르게 가입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아직 모텔이나 고시원 등 집합건물의 가입자 수를 고객 동의 없이 늘려 잡는 사례, 공사 중인 건물에 가입자가 있는 것처럼 조작하는 사례 등 다양한 수법으로 만들어진 허위 가입자가 약 17만 명에 이른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씨앤앰 본사에서 하청업체로 이 같은 뻥튀기를 직접 지시한 내용의 이메일을 근거로 제시됐다. 이영미 미래창조과학부 뉴미디어과장은 "이용약관에 따라 해지 즉시 모든 개인정보를 삭제해야 한다"며 "이를 가입자로 잡는 것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씨앤앰 측 반박 "할인 프로모션 제공한 것이고, 업계 관행일 뿐"

이 같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씨앤앰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씨앤앰 관계자는 "일부 가입자 간에 요금이 다른 것은 IPTV 등 경쟁사업자에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할인 마케팅을 한 것으로 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파트 단체계약의 경우 가입자 뻥튀기가 아닌 정상 가입자로 판단한다. 사실 단체계약 문제는 씨앤앰뿐 아니라 모든 케이블 사업자에 만연한 문제"라고 말했다.

[취재수첩] "케이블방송에도 호갱님 즐비"…방통위, 씨앤앰 조사 착수


연이은 폭로전은 최근 노사 대립이 심화되면서 비롯됐다. 씨앤앰 본사와 하청업체 노조는 지난 7월부터 대주주가 소재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노숙 농성을 펼치고 있다. 은 의원은 "씨앤앰 경영진이 지난해 맺은 고용승계 약속을 어기고 하청업체 직원 100여 명의 해고를 방관했고, 대주주가 영업 이익 대부분을 이자 비용으로 쓰면서 서비스 질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은수미 의원과 대책위 측은 씨앤앰 성모 전무가 로비 목적으로 미래부 국장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폭로를 한 바 있다.

씨앤앰은 지난 2007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으로 사모펀드 맥쿼리와 MBK파트너스가 합작한 국민유선방송투자에 인수됐다. 사모펀드 특성상 인수 5~6년 뒤에 차익 실현을 해야 하지만, 2조 원을 웃도는 가격 탓에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현재 표류 중이다.

JTBC 봉지욱 기자 bonggari@joongang.co.kr
사진출처=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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