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장상용 기자의 무대풍경] 뮤지컬 '위키드' 속에 10개의 '돌풍' 있다

입력 2013-12-04 19:0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장상용 기자의 무대풍경]  뮤지컬 '위키드' 속에 10개의 '돌풍' 있다



캐릭터가 단포세적이지 않고 입체적일 때 작품은 강해지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배트맨 같은 캐릭터가 현대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다.

오리지널 버전 뿐만 아니라 첫 한국어 버전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오픈런, 샤롯데씨어터)의 흥행요인은 무엇일까.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과거 이야기(스토리)라든가, 자유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라든가, 혁신적인 무대디자인 등의 요소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 작품의 비밀은 캐릭터에 있다. '위키드'의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이다. 모든 등장 인물이 이처럼 입체적인 작품이 있었던가.

먼저 '서쪽마녀' 엘파바를 보자. 정의의 투사로 고통받는 동물들을 해방시키는 그녀는 연인 피에로가 위기에 빠지자 진짜 사악해지기로 다짐한다. "오즈여, 모두 잘 들어. 난 위키드 사악해. 만약 피에로 널 구하지 못하면 앞으로 다시는 선의 따윈 없을거야. 두번 다신!"

이 작품의 투톱 중 하나인 글린다는 '생각'이란 걸 모르는 금발 미녀다. 그녀는 점점 권력의 맛을 보더니 마지막엔 오즈의 마법사를 내쫓고 오즈의 최고 권력자가 된다.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는 휠체어를 탄 착한 장애인에 불과하다. 그런 그녀가 나중엔 무서운 이기주의자로 변한다.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남자 동창생 보크에게 외친다. "(보크에 분노하며) 내가 너를 놓아줄 것 같아? 넌 나를 사랑해야 해. 명령이야. 거역하면 주문을 걸겠어!"
'바람둥이' 피에로는 정의 구현에 앞장서는 인물로 180도 변한다. 보크·오즈의 마법사·딜라몬드 교수 등도 변화를 겪는다. 모리블 학장 정도가 제대로 악역을 하는데 그녀 역시 처음엔 엘파바를 돕는 쪽이었다.

대략 8명쯤 되는 이들은 각각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의 이중성이나 변화를 보여준다. 각 캐릭터가 말하고 움직일 때마다 '돌풍'이 일어나는 셈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돌풍들이 부딪히고 날아다니는데 지루할 리 없다. '위키드'에서 자연현상으로서의 돌풍은 한 번 일어난다. 돌풍이 도로시의 집을 오즈로 옮길 때다. 또한 엘바파가 분노할 때 일어나는 마법의 돌풍이 있다. 모두 합치면 10개. 한 작품 안에서 이렇게 많은 돌풍이 생겨날 수 있는 작품은 두 번 다시 없을 듯하다. '대단하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