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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일 군홧발로 차였다"…42년 만에 밝혀진 죽음

입력 2021-08-31 20:46 수정 2021-09-01 10:13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군 가혹행위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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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군 가혹행위가 원인"

[앵커]

군대에서 사망한 지 42년 만에 가려져 있던 한 죽음의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평발이던 해당 병사가 훈련에서 종종 뒤처지자, 매일 군홧발로 차이고 맞는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단 증언이 나온 겁니다.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40년이 넘도록 포기하지 않고 싸워온 누나가 있었습니다.

신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68살 이춘자 씨는 남동생의 발을 그려 가슴에 품고 다닙니다.

42년 전 동생의 죽음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단서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심한 평발에다 발바닥이 해바라기 같다고 했습니다.

[이춘자/고 이용태 일병 누나 : 얘(동생)는 특별한 아이야. 특별한 티눈이야. 뺄 수가 없었어요.]

춘자 씨의 동생 고 이용태 일병은 1978년 1월 입대해 훈련 강도가 높은 제13특전여단에 배치됐습니다.

입대 1년 4개월 뒤, 이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지만 가족들은 시신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날 바로 한 줌의 재가 됐습니다.

[이춘자/고 이용태 일병 누나 : 대장들이 진급에 차질이 있는데…시신 내준 사람이 없다면서 대장 데리고 오지 않는 한 포기(하라고…)]

당시 군은 이씨가 10km 왕복 무장 구보를 마치고 부대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믿을 수 없던 아버지는 3년 가까이 사망 신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달 고 이용태 일병의 죽음이 군대 내 가혹행위와 지휘관의 감독 소홀 탓이었다고 결론냈습니다.

당시 부대 동료들은 평발이던 이 일병이 단체 달리기에서 종종 뒤처지자 '매일 군홧발로 차이고 맞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풀밭에 속옷 차림으로 허수아비 자세로 있게 했다", "맨발로 10km 넘게 뛰게 하고 몸에 찬물을 뿌렸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른바 평발, '편평족' 판정이 징병검사에선 빠졌고 입대한 뒤에야 판명이 난 것도 드러났습니다.

지휘관들은 "병적 기록표를 볼 수 없어 평발인지 몰랐다"고 둘러댔습니다.

규명위는 결정문에 이 씨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기록했습니다.

군 내 철저한 무관심과 방임, 가해행위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위원들은 당시 부대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억울한 죽음이 42년 만에 풀어진 겁니다.

춘자 씨는 동생에게 새 전투화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춘자/고 이용태 일병 누나 : 뒷굽이 하나도 없이 이렇게 질질 끌고 동생이. (하늘에선) 마음 편하게 시간 측정 없이 새 신발 신고 다니라고…]

국방부는 곧, 고 이용태 일병에 대한 순직 여부를 결정합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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