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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평생 소원, 이제 풀렸다"

입력 2018-08-21 17:47 수정 2018-08-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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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판문점 선언 이행에 따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21일)은 총 5시간을 함께 하는데, 그 중 3시간은 가족들만의 오붓한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하이라이트, 그리고 북·미 간 협상 움직임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이름 두 글자가 온 국민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68년을 불러도 대답이 없던 그 이름, 반세기를 넘어서야 응답한 그 이름. 애타게 불러봅니다. 상복아! 아니죠. 죄송합니다. 상철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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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사전 접수 (8월 19일)

[이금섬/북측 아들 상봉 (92살) : (누구 만나러 오신 거예요?) 아들! (아드님이랑 어떻게 헤어지셨어요?) 아들 4살에 헤어져서 이제 71인데, 이제 만나요. 피난 나오면서…자기 아빠가 업고 나는 아기 업고 나오다가 갈라졌지… (아드님 이름이 뭐예요?) 이상철!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가… 나 없으니까 누가 키웠는가 그런 거 물어보고 싶어요… (아드님 얼굴은 기억이 나세요?) 안 나요, 4살 때인데 어떻게 나…]

제 21차 이산가족 상봉 당일 (8월 20일)

[이금섬/북측 아들 상봉 (92살) : 상철이야? 상철이 맞니? 아이고, 너 죽은 줄 알았지. 상철이 어떻게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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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헤어진 아들은 당시 네살배기였지만, 아흔이 넘긴 노모는 한 눈에 알아봤습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주름진 얼굴을, 마치 어린 아이 다루듯 어루만졌습니다.

이산가족들의 고령화가 진행된 탓에, 부모 자식간의 만남은 단 7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있었니다. 아흔을 앞둔 유관식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을 계기로 6·25 전쟁 때 헤어진 아내의 배 속에 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유관식/북측 딸 상봉 (89살 / 지난 19일) : 서류 있잖아요? 그 통지 오고 그거 보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내 딸이 태어났구나. 정말 가슴이 얼마나 그냥…얼마나 그냥 기뻤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정말 이게 다 꿈인가 보다.]

그러니까 이번 상봉이, 부녀간의 생애 첫 만남이 된 셈입니다. 유 할아버지는 딸 연옥 씨를 보자마자 말없이 끌어 안았습니다.

[유옥녀/남측 사촌 오빠 상봉 (63살 / 어제) : 영길이 아들입니다, 아들. 영길이 아들. 여기서 이거 우리 조카들, 며느리들 다 데리고 환갑 사진도 가서 사진 찍은 겁니다. 생각납니까? 안 납니까?]

[유승원/아들 (어제) : (우리 손주도 보여줘라) 손주 좀 보여주세요, 손주. 아버지, 누님 손주.]

이 외에도, 두 딸을 둔 채 갓난 셋째만 업고 피란길에 오른 99살 한신자 할머니, 또 "어린 아이는 안 잡아간다"는 말에 두 동생을 두고왔던 김춘식 할아버지 등…테이블마다 애끓는 사연에 상봉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하지만 기쁨의 미소도 함께 번졌습니다. 며느리 이복덕 씨를 만난 할아버지 백민준 씨는, "이것 좀 드시고 얘기하시라"는 딸의 권유에도, 며느리와의 대화에만 집중했는데요. 마주보고 짓는 환한 미소가 왠지 닮게만 느껴집니다.

어제 있었던 만찬에는 팥소빵과 닭튀기, 그리고 도수 30%의 전통주 인풍술과 대동강 맥주도 올라왔는데요. 이것은 아마도 이기순 할아버지를 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을 알아볼거냐"는 질문에 "나를 닮았다면, 분명 술을 좋아할 거다. 알아볼 수 있다!"라고 자신했습니다.

[이강선/남측 아버지 상봉 (75살 / 어제) : 아버지 농사 집니까? 농사지어요?]

[이기순/북측 아들 상봉 (91살 / 어제) : 응, 심심하면 뭐 해 농사짓지. 움직여야지. 그래야 건강하지. (맞습니다. 운동도 해야 됩니다.) 낮에 11시에 먹고 3시에 먹고 또 5시에 먹고…세 번에 이거 다 먹어. 그래서 물독이 올라서…]

[이강선/남측 아버지 상봉 (75살 / 어제) : 하여간 빨리 조국 통일돼서…(예. 조국 통일이 빨리 돼야 됩니다, 할아버지. 그래야 할아버지도 우리 집에 와보시지요.)]

이틀째인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측 상봉단 숙소인 외금강 호텔 각 객실에서, 가족별 개별 상봉이 이뤄진 것인데요. 취재진도 전부다 물린 채 가족끼리 오손도손 도시락을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금이라도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고자,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들, 또 자신을 잘 알아보라며 화려한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까지. 모두들 설레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남북 양측 모두, 가족들에게 건넬 선물도 한 보따리씩 준비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다시 금강산 호텔에서 단체 상봉을 했고요. 조금 전 저녁 식사를 시작하고 마치면 오늘 일정은 마무리가 됩니다. 그리고 나면 벌써 내일이 헤어질 시간인데요.…오늘 밤 가족들, 아마 아쉬움에 잠을 설치지 않을까요.

[이성재/북측 가족 상봉 (48살) : 예, 다시 만나야죠. 건강하시고 오래 사셔야 또 다시 만나죠…]

오늘 청와대 발제는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평생 소원, 이제 풀렸다"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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