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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탄핵 표결' 투표용지 인증샷, 불법일까?

입력 2016-12-06 22:32 수정 2016-12-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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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입니다. "9일 탄핵 투표한 용지의 인증샷을 찍어 올리겠다"며 동료 의원의 동참을 요구했습니다. 본회의장에서 인증샷을 찍는 건 이례적인 일이죠. 하지만 이례적인 걸 떠나서 법으로 문제는 없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6일) 팩트체크는 인증샷을 비롯해 탄핵 찬반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일단 법에는 어떻게 나와 있죠?

[기자]

국회법 보겠습니다. 130조 2항을 보면 "탄핵소추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돼 있습니다.

무기명은 이름을 쓰지 않고 누가 찬성, 반대했는지 알 수 없는 투표의 방식인데, 1964년도부터 계속해서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때에도 무기명으로 비밀투표를 했습니다.

[앵커]

비밀이면, 이 국회법으로만 보면 인증샷을 찍는 것은 어려운 것 같은데요?

[기자]

그런데 법 위반 여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무기명 투표를 한 것과, 투표한 것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건 다른 문제잖아요?

그래서 지금 법적으로 단정지어서 금지된다, 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투표할 때도 인증샷을 찍으면 처벌을 받잖아요?

[기자]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 기표소 들어가서 투표하고 사진찍으면, 그 자체가 위법이죠. 공직선거법에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여서는 안된다"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표결은 공직선거법과 다릅니다. 그래서 이 법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국회법에도 금지규정 없고, 선거법 적용도 안된다면, 결국 누가 판단하나요?

[기자]

취재해보니 돌아돌아 국회 사무처가 검토하고 국회의장이 최종 검토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사무처의 입장은 "국회법에 금지규정이 없다"입니다.

의원들이 사진을 찍는다면 못 찍게 할 구속력이 누구에게도, 지금까지는 없다는 뜻이죠.

[앵커]

인증샷이 가능하다는 건데,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그런 질문 많이 받았습니다. 무기명 투표에 아예 이름 써 버리자, 라는 의견도 네티즌들, 시청자들께서 많이 보내주셨는데요.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표는 효력이 없어집니다.

화면의 왼쪽이 기명 투표지, 오른쪽이 무기명 투표지입니다. '성명란' 유무의 차이입니다.

'가·부란'에 찬성을 하려면 한글로 '가', 또는 '可 (옳을 가)'를 쓰면 되고요. 반대는 '부', 또는 '否 (아닐 부)'를 적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름을 쓴다든지, 마침표를 찍는다든지, 지우고 다시 쓴다든지, 아니면 아래 '口 (입 구)'가 없는 '不 (아닐 부)'을 쓰면 모두 무효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당연히 이름을 쓰면 무효가 되는 겁니다.

[앵커]

인증샷은 되고, 이름을 쓰면 안된다는 건데, 사실 논란의 본질이 이게 아니잖아요. 탄핵안 처리 과정을 국민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잖아요?

[기자]

그래서 아예 기명투표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더민주의 한 의원은 법안까지 발의했습니다.

문제는 탄핵안이 이번주 금요일 표결처리 될텐데, 이 법안이 그 전까지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무기명을 투표할 수밖에 없는데요.

표창원 의원은 '탄핵 반대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죠.

더 나아가 일부 네티즌은 '박근핵닷컴' 사이트를 만들어 현재 몇 명이 찬성, 반대, 무응답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없던 일들이 제도권정치 안팎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런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알권리를 찾아야 한다, 이런 요구일 텐데. 그러면 탄핵안을 무기명으로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법이 개정된 것, 국회법을 쭉 거슬러 올라가봤는데 뚜렷한 이유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1948년에 제헌국회 임시회장을 뽑을 때부터 무기명으로 투표를 했고요. 그 이후에 인사와 관련한 투표는 무기명이 관례화됐습니다.

특히 1952년에 국회법 개정안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인사관계 결의안에 대해서는 무기명 투표로써 표결", 즉 인사와 관련된 사안을 비밀투표에 부치는 건 이미 60년 넘게 이어진 관례라는 뜻이고요.

탄핵안도 인사 문제니까 같은 개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우리만 이렇게 되겠습니까? 다른 대통령제 국가는 탄핵 표결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한 석 달 전에 브라질의 대통령이 탄핵이 됐잖아요. 브라질은 기명투표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대통령제인데 대통령 탄핵할 때 기명투표, 그러니까 공개투표하고 있습니다.

찬반 명단이 국민에게 공개가 되는 거죠. 워터게이트 사건 때를 보겠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하원에 탄핵안 표결 직전에 사임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개투표를 앞두고 결과가 뻔히 드러났기 때문에 하야를 선택한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은 상하원 모두 비공개 투표 사례를 오히려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개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 학계에서는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서정건 교수/경희대 정치외교학과 : (탄핵안 표결은) 국회가 대통령 상대로 할수 있는 가장 큰 결정이고 중요한 결정인데,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각자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표로써 밝히는 건, 어떻게 보면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죠.]

국회의원은 하나하나가 걸어다니는 기관이다, 이런 말 많이 쓰잖아요. 투표는 막중한 책임이 그래서 부여되는 행위라는 의견도 취재 과정에서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은 소신대로 투표할 권한을 국민에게 위임받았습니다. 그런데 국민은 지금 '믿지 못하겠다', '확인하겠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가 그 소신을 인증을 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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