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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쏘는 정치] 증평 모녀 비극…두 달간 아무도 몰랐다

입력 2018-04-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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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의 강지영입니다. 2014년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송파 세 모녀 사건.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세 모녀는 이렇게 적힌 유서와 70만 원이 든 봉투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60세의 어머니에게는 장성한 딸이 2명이나 있기 때문에 노동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었고, 비싼 병원비 때문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작은딸은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생활비와 병원비를 신용카드로 부담하면서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어머니는 사건 발생 한 달 전 몸을 다치면서 식당을 그만두게 됐고, 세 모녀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비극적인 사태를 맞았는데요. 그런데도 밀린 집세와 공과금에 대한 책임은 잊지 않았습니다.

[송파 세 모녀 집주인 (2014년 2월) : (왜 70만원을 주신 거예요?)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50만원, 방세 50만원. (이번 달 것까지 해가지고, 마음이 너무 아프시죠?) 그래, 그래서 더 마음이 더 아파. 이렇게 착실한, 한 번도 안 밀렸다고…]

이 사건 후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최근,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지난 6일 충북 증평군의 한 민간임대 아파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채 발견됐는데요. 경찰은 두 모녀가 두 달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제작진이 충북 괴산 경찰서 관계자와 통화를 했는데요, A씨의 남편 사업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친정어머니도 지난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여기다가 상당한 빚까지 떠안았다고 하는데요. A씨가 남긴 유서에는 남편이 떠난 뒤에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심지어 A씨, 압류된 차를 팔다가 사기죄로 피소 당하고 대출금 못 갚아 대부업체로부터도 피소당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왔습니다. 독극물을 먹고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위해 정부는  단전 단수 가구, 국민연금 건강보험 체납 등을 근거로  대상을 발굴해 복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A씨 모녀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최재숙/증평읍 맞춤형복지팀장 (정치부회의와 통화) : 임대보증금이 1억이 넘는 고가의 아파트이고 예를 들면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위기 가구, 기초 생활 급여를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사람들 이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복지 사각지대가 우려가 되는 그런 세대들은 저희 지자체에다가 두 달에 한 번씩 거의 통보를 해주시거든요. 그런 명단에도 사실은 없는 그런 대상자셨어요.]

A씨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단전이나 단수가 되지 않았고요, 국민연금은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납부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단전이나 단수가 되거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을 미납하지 않는 이상 생활고에 빠졌는지에 그 여부를 알 수가 없게 되는 셈이죠. 각종 공과금 연체 고지서가 수북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수도사용량이 제로였던 것처럼 이상 징후가 있었는데도 두 달 동안 이들의 죽음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 사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취약계층 발굴 시스템을 보완해 실질적인 복지사각지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관련법안의 보안도 필요해보이지만, 이러한 사건이 자꾸 반복되는 것은 우리가 이웃에 대한 관심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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