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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답변서 검증…탄핵에도 '무죄추정 원칙'?

입력 2016-12-22 22:57 수정 2016-12-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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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통령 답변서 검증 나흘째, 오늘(22일)은 '무죄 추정'입니다. 답변서에 이 단어가 모두 다섯 번 나옵니다. 주장의 핵심은 유죄가 나온 것도 아닌데 국회가 탄핵소추를 해서 위헌적이라는 겁니다. 이 주장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오대영 기자! 탄핵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나요?

[기자]

오늘도 헌법이 빠질 수 없죠, 보겠습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대법원에서 '당신은 유죄다' 라고 최종 결정하기 전까진 죄가 있다고 단정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앵커]

대통령이 지금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아니니까,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할 수는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할 수는 있을까요? 자세히 보겠습니다. '형사피고인'입니다. '유죄, 무죄', '판결'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모두 '형사재판'의 용어입니다. 이 조항 자체가 '형사재판'을 전제로 만들어진 겁니다.

탄핵심판은 다르죠.

'피고인'이 아닌 '피소추인', '유·무죄'가 아니라 '인용·기각', '판결'이 아니라 '심판', 즉 '무죄추정'은 탄핵과는 상관이 없는 원칙입니다.

[앵커]

답이 바로 나왔네요. 그런데 답변서를 쓴 변호인이 3명이나 되는데, 이걸 모르고 주장했을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이들 주장의 근거를 지금부터 보겠습니다.

"(대통령) 억울함을 호소할 아무런 기회도 제공되지 않아 무죄추정 원칙 심각하게 침해. 위헌"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니 위헌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전면 배치됩니다.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는데 헌재는 "의견진술의 기회 부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며 적법했다는 취지의 결론을 냈습니다.

[앵커]

탄핵소추 전에 해명 기회 안줘도 된다, 이런 결정이 이미 12년 전에 있었던 거군요?

[기자]

헌재 결정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건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소추 전 추가로 대국민담화 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에 출두해 그동안 받았던 혐의에 대해서 반박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했죠.

[앵커]

'소상히 밝히겠다' '기자들 질문도 받겠다'고 했는데 하지 않았잖아요. 분명히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고선, 이제와서 방어권 얘기를 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닙니까?

[기자]

답변서에서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헌법, 법률 위배가 입증된 바는 전혀 없음에도 기정사실인 것처럼 단정을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 위반했다"라는 건데요.

법원은 법원 판결이 없는 탄핵은 인정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대통령은 기소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다음 단계인 재판을 할 수가 없죠. 유· 무죄를 가릴 수가 없습니다. 그 뒤에 탄핵을 하라? 비논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장영수 교수/고려대 (헌법학) :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집어넣어 얘기하기 시작하면, 그건 논리적으로 모순이 됩니다. (왜냐하면) 형사에서 먼저 확정이 돼야 하는데, 형사소송을 할 수가 없고, 그러면 탄핵을 어떻게 하란 얘기입니까?]

오히려 저 탄핵이 먼저 되어야 그 뒤에 기소할 수 있고 재판할 수 있고 유무죄를 가릴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무죄추정이라는 탄핵과는 무관한 개념을 제시해서 탄핵이 먼저냐, 유·무죄 판결이 먼저냐라는 이런 논쟁의 쳇바퀴를 계속 돌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앵커]

계속 이렇게 소모적인 맞다, 아니다 이런 주장만 반복하면 시간만 더 지체되는 것 아닌지 그게 제일 걱정인데요.

[기자]

그리고 이런 주장들이 오히려 헌법의 가치를 더 훼손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거 한번 보시죠. 헌법이 보장한 탄핵심판의 절차가 이렇습니다.
(국회→헌재→인용·기각)

국회에서 소추하고 헌재가 심판하고 가부를 결정짓습니다.

그런데 아래쪽은 대통령이 주장하는 탄핵심판 절차입니다.
(검찰→법원→유·무죄→국회→헌재→인용·기각)

검찰이 기소를 먼저 하고 법원에서 판결해서 유·무죄가 가려지면 그 뒤에 저 절차를 거쳐야 된다라는 거죠.

헌법기관인 국회와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할 수 있는데 그 고유의 기능을 검찰의 판단 그리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서 그 이후에 하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듯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사실 답변서 때문에 '연좌제', '키친 캐비닛', '무죄추정', 이런 개념들에 대해서 나름 공부는 된 것 같은데요.

[기자]

저희도 다뤘죠. 지난 나흘간 25페이지에 걸쳐서 저희가 분석을 했습니다, 답변서를요. 말씀하신 그런 용어들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비선실세에 대해서는 '키친 캐비닛'이라는 말로 포장이 됐습니다. 재단 문제는 '연좌제'라면서 모르쇠로 일관이 됐죠. 억울하다고 했지만 논리적인 반박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답변서가 급조된 듯한 인상도 줬습니다. 이거 한번 보시죠. '더불루케이'.

[앵커]

'더블루케이'죠.

[기자]

'블'이죠, '블'. 또 있습니다.

[앵커]

'카드텔'은 뭡니까?

[기자]

'카드텔'은 '카르텔'을 잘못 쓴 거고요. '안타가워'.

[앵커]

안타깝네요, 정말.

[기자]

안타깝습니다. 이런 오자가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그리고 맨앞장에는 형사재판에서 변호사를 부르는 '변호인'. 그 뒤에는 '대리인'으로 해놨습니다.

그러니까 앞장과 뒷장도 다릅니다. 국가적인 중대사에 대한 답변서인데 이렇게 오점이 여럿 있었습니다.

심지어 헌재도 오늘 답변서가 부실하다, 이런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헌재가 답변서를 공개하는 게 위법이라고 지금 뒤늦게 밝혔는데, 팩트체크팀은 괜찮습니까?

[기자]

저희가 공개한 게 아니고요. 국회가 공개한 걸 저희가 분석만 한 겁니다. 다만 헌재의 오늘 입장을 존중해서 오늘까지만 답변서 분석을 하고 마치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한 주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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