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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10년 후, 한국 자동차 2/3는 친환경차?

입력 2020-09-14 08:27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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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3)

환경부가 최근, 강화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예고했습니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의 내용을 담은 행정예고안을 발표한 겁니다. 유럽보다는 느슨하지만 미국보다는 훨씬 타이트한 기준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10년 후, 한국 자동차 2/3는 친환경차?

이 기준의 풀 네임은 '자동차 평균에너지소비효율·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및 기준의 적용·관리 등에 관한 고시'에서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에 해당합니다. 이 법에 따라 국내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수입사들은 반드시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계산법은 얼핏 단순해보입니다. 그 해에 판매한 자동차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비를 평균을 내는 거죠. 예를 들어, 이 제도가 도입된 첫 해인 2012년엔 온실가스는 140g/km, 연비는 17km/L가 기준이었습니다. 도입 9년차인 올해는 97g/km, 24.3km/L가 기준이고요.

제조사(또는 수입사)는 연도별로 온실가스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연비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선택을 합니다. km당 200g 안팎의 온실가스를 내뿜고 L당 8km를 간신히 가는 최고급, 초대형차를 판매하더라도 동시에 작고 가벼운 경차나 친환경차를 판매하면서 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거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야 하는데, 제조사나 수입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과 달성 실적'을 3년간 이월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놨습니다. 환경부는 이번 새 기준(안)에 대해 "직접 이해당사자인 자동차 업계는 물론 관계부처, 전문가,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10년 후, 한국 자동차 2/3는 친환경차?

앞으로 10년 후, 2030년엔 우리가 흔히 보는 '승용차'의 경우 평균 연비가 33.1km/L,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70g/km을 넘을 수 없게 됩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자동차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만큼, 2020년의 기준을 2022년까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준이 어느정도나 강화한 기준인 걸까요. 현재 판매중인 차량들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10년 후, 한국 자동차 2/3는 친환경차? (자료: 환경부)

위 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2030년의 70g/km뿐 아니라 현재(2020년)의 기준인 km당 97g을 만족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없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기보다 하이브리드가 아니고서는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인 거죠. 자동차 제조사들로써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또는 수소차)를 반드시 판매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해마다 그 기준이 강화된다는 것은 곧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황석태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 역시 "이번 기준(안)은 당면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송부문에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자동차 업계의 여건과 미래차 보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미국보다는 한층 더 강력한 수준입니다. 온실가스 저감에서 '글로벌 리딩'의 역할을 하는 EU에는 모자라지만, 나름의 의미부여가 가능할 정도죠. 환경부에 따르면, 2030년 수송부문에서만 1820만톤 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황 실장은 "이 기준은 내연기관 자동차만으론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자동차 업계의 적극적인 친환경차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10년 후, 한국 자동차 2/3는 친환경차?

2030년, 70g/km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럼 얼마나 많은 친환경차를 판매해야 하는 걸까요. 대략 전기차나 수소차(0g/km), 하이브리드차(70g/km), 내연기관차(140g/km)를 각각 정확히 3분의 1씩 팔아야 가능한 수준입니다. 다시 말 해, 우리가 흔히 일컫는 '친환경차'의 판매량이 전체 신차 판매의 3분의 2를 차지해야 가능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아니,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강력한 정책이 이뤄진다고?"라며 눈이 번쩍 뜨이기 무섭게 부가적인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게 말이죠. 1대를 팔았음에도 2대 혹은 3대를 판매한 것으로 쳐주는 '슈퍼크레딧', 그리고 '이월 및 상환 기준'이 바로 그것입니다.

현재 전기차나 수소차를 1대 판매할 경우, 실적은 3대로 계산됩니다. 하이브리드차를 1대 판매하면 2대로 인정을 해주고 있고요. 다시 말 해, 실제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일반 내연기관차를 각각 1대씩 팔았을 때, 전기차는 3대, 하이브리드차는 2대, 일반 내연기관차는 1대 판매했다는 가정 하에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겁니다. "그냥 이럴거면 기준 강화하는 폭을 줄이면 되는 것 아닌가"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물론, 이 슈퍼크레딧은 점차 줄어들어 2030년엔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할 것 없이 1대를 팔면 1대로 인정받게 됩니다. 하지만 전기차와 수소차의 경우 2021년~2023년까지 3대, 2024년 2.5대, 2025년 2대, 2026년 1.5대로 '슈퍼크레딧'이 부여됩니다. 그저 2030년만 목표로 한 계획이 아닌, '향후 10년짜리 계획'인 만큼 아쉬움이 드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현재 기준연도 앞 뒤로 3년간 이월(기준을 충족시키지 못 한 경우) 또는 상환(기준을 초과달성했을 경우)이 가능했던 것이 이월은 5년으로 늘어납니다. 상환의 경우 3년 혹은 4년(직전 3개 사업연도 연속 당기순손실 발생시)으로 완화됩니다.

이렇게 아쉬운 부분이 '일부' 있지만 그래도 정부가 '행동'에 나섰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됩니다. 이런 정책의 변화를 보고 나니 "왜 요즘 들어 부쩍, 자동차 제조사들이 갑자기 친환경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걸까"라는 의문도 풀리는 듯 합니다. 규제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지속가능성을 보고 움직이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기원하며 이번주 연재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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